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종교계는 미사와 예배 등을 중단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3일 가톨릭 교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온 천주교 안동교구는 3월 13일까지 미사를 3주간 중단하고 교구 시설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현지 성지순례를 담당했던 가이드가 투어팀 직원으로 있는 가톨릭신문 서울본사(서울 광진구)도 폐쇄됐다. 안동교구 측은 “미사는 물론 신자가 모이는 모든 모임과 회합, 행사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안동교구는 안동시를 비롯해 의성군, 청송군 등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46개 본당에 4만4000여 명의 신자가 있다.
수원교구도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24일부터 3월 11일까지 교구 내 본당 미사와 모든 교육 및 행사, 각종 단체 모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수원교구는 218개 본당에 신자 수 90여만 명으로 서울대교구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광주대교구도 3월 5일까지 미사와 모든 모임을 중단하기로 했다. 광주대교구 미사가 전면 중단된 것은 1937년 교구 창설 이래 처음이다. 광주대교구는 광주와 전남 지역에 140개 본당이 있고 신자 수는 36만여 명이다. 부산교구도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가 발생한 본당을 2주간 폐쇄하며, 각 성당에서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불안감이 큰 신자들의 주일 미사 참여 의무를 면해준다고 밝혔다.
개신교계에서는 부산 해운대 수영로 교회와 동부산교회가 23일부터 교회를 잠정폐쇄했다. 주일(일요일) 예배를 인터넷 방송으로 대체하는 교회도 늘어나고 있다. 대구 지역의 대구동신, 내당, 대봉교회 등과 전북 지역의 전주 바울교회, 더온누리교회 등도 23일 예배를 인터넷 방송으로 진행하고 시설을 통제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3일 발표한 긴급 지침에서 24일 초하루 법회를 포함해 모든 법회와 성지순례, 교육 등의 행사와 모임을 전면적으로 취소하고, 개별 사찰들이 산문(山門) 폐쇄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남 합천의 해인사는 3월 1일까지 가야산과 해인사를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산문 폐쇄조치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경북 영천 은해사도 3월 4일까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부산 금정구 범어사도 23일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될 때까지 모든 대중 법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의 대형 교회와 성당들은 23일 각각 주일 예배와 미사를 진행했지만 평소보다 참석자가 크게 줄었다. 명동성당에서는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참여하도록 했고, 교회들은 입구에서 신자들이 세정제로 손을 씻도록 하고, 발열 여부를 측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 신자들이 기존 교회들을 찾는다는 얘기가 나돌아 신자가 아닌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증상이 없으면서 신분이 확인된 사람만 출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신자증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도만 발행하고 있어 사실상 출입통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 예배는 진행했지만 이후 교단과 대형교회 내에서 예배 중단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