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부동산을 神으로 모시는 이상한 나라

전지전능한 힘을 지녔으며, 사람들에게 재앙과 복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존재.

누구나 신(神)을 떠올리실 텐데요.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요즘 부동산이 이런 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땅과 집의 문제가 그만큼 우리 삶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사람, 공간, 시선을 전하는 YTN 인터뷰시리즈.

오늘은 삶의 공간이란 가치는 사라지고, 어느새 불로소득의 우상으로 변질돼 버린 부동산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손낙구 / ‘땅과 집 이야기’저자 : 야근하고 나서 택시 타고 강변도로로 퇴근을 하고 있었어요. 근데 강 건너 강남의 초고층 아파트 꼭대기에 마치 빨간색 모자를 두른 것 같은 조명이 빛나는 거예요. 순간! 아, 우리나라는 부동산이라는 신을 모시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 나온 이야기다.

한 부자가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돈을 벌겠다며 어마어마하게 큰 비닐봉지를 만들었다.

그 크기가 얼마나 컸던지 나라 전체를 담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나라의 공기를 죄다 담은 뒤, 사람들에게 말했다.

“숨을 쉬려거든 내게 공기를 사시오.”

사람들은 살기 위해 그에게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공기 살 돈이 부족했던 가난한 자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없으면 죽는 건, 물도 마찬가지다.

영화 ‘매드맥스’엔 물을 독점해 사람들을 지배하며, 스스로 신이 된 독재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람들은 살고자 그를 숭배했다.

허구 속 이야기에 물과 공기는 소유의 대상이 아닌 반드시 공유해야 할 가치임을 담은 것이다.

그런데 함께 누려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생명을 잇는 데 꼭 필요한 나머지 하나.

우리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딛고 서 있어야 할 땅.

공기나 물의 가치와 다를 것이 없음에도 땅은 역사 이래 언제나, 강력한 소유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땅의 본디 가치를 망각하진 않았다.

지금은 어떨까?

[손낙구 / ‘땅과 집 이야기’ 저자 : 부동산이라는 신을 숭배해서 더 믿고 그러면 복을 받고, 그것을 믿지 않고 그냥 계속 땀 흘려 열심히 일해서 근로소득으로만 살겠다, 이런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바보가 되는 겁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사회입니까?]

민간 보유 대한민국 땅값 총액 9,500조 원.

경실련 조사대로라면 프랑스와 독일을 사고도 남으며, 캐나다 2번, 핀란드는 무려 32번을 살 수 있다.

전체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많음에도 집 한 채 갖지 못한 가구가 40%가 넘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홀로 594채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

17평짜리(56.57㎡) 아파트가 지난 1년간 무려 10억 원이나 오른 곳도 있었다.

거짓말 같은 이런 현실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버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문재인 / 대통령 : 우리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미 납득의 어려움을 넘어 포기에 이르렀고, 위화감을 넘어 두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신○○ / 주택보유희망자 : 청약이 당첨되었는데 분양가가 너무 높아서 맞벌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출금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어요. (노력했지만) 지금까지 전세로 살고 있어요. 한국에서 부동산이라는 게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손낙구 / ‘땅과 집 이야기’ 저자 : 결국은 일하지 않고도 소득이 생기는 불로소득, 부동산 소득을 많이 올린 사람만 잘살게 됐죠. 부동산이 인생을 결정하는 비정상적인 부동산 계급사회가 된 겁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모두 18차례 발표됐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주택시장을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원활한 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부동산 우상화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김용창 /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서울대 교수 :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지금까지 가격정책과 공급정책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제는 부동산 정책 철학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부동산 재산 기반의 불평등 심화가 한국 자본주의를 망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자본주의가 더 발전하려면 가치 창출이나 근로소득이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불로소득을 억제하여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이제는 공기나 물처럼 한정적 자원인 토지와 주택은 생활과 삶의 공통 기반이 돼야 합니다.]

공통 기반이란 토대 위에 주거문제를 극복한 나라들이 있다.

스위스는 국민이 부자인 데다 주택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음에도, 집을 가진 비율이 OECD 최저수준이다.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엔 집주인과 세입자가 동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게 한, 강력한 임대차 보호법이 큰 역할을 했다.

모든 토지가 국유지인 싱가포르의 경우는 국민의 90%가 자기 집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은 정부가 공급한 저렴한 주택에 거주한다.

네덜란드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주택을 나눠준다”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javascript:vodChange2(‘L2dlbmVyYWwvbW92LzIwMjAvMDIwOC8yMDIwMDIwODA2MzgwNjEyMTNfei5tcDQ=’,’0103′, ‘aHR0cHM6Ly9pbWFnZS55dG4uY28ua3IvZ2VuZXJhbC9qcGcvMjAyMC8wMjA4LzIwMjAwMjA4MDYzODA2MTIxM190LmpwZw==’,’OCQjWmLUt6U’);

공공임대 성격의 사회임대주택에 국민의 1/3 이상이 살고 있는데, 이 중 40% 정도가 고소득층이라 임대주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없다.

이들은 스스로 나가기 전까지 평생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불로소득에 함몰되지 않으며, 공유의 가치를 지켜온 이들의 사회적 역량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하지만,

[손낙구 / ‘땅과 집 이야기’ 저자 : (세 나라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역사가 다르고, 사회문화적으로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서, 집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 정권을 거치며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지만, 아직 神을 이길 방법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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