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주요 피의자 조주빈(25·별명 박사)이 25일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오전 8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1층 로비에 서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조씨는 이날 검찰로 송치되기에 앞서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갈색 라운드티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머리 부분에는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는데, 앞서 화장실 벽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해 소동을 벌이다 생긴 상처를 치료할 목적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조씨는 목 보호대도 찬 상태였다. 그를 끌고가는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마스크를 썼지만, 조씨는 쓰지 않았다. 조씨는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씨에 대한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후 이날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만큼 많은 사람이 종로서로 모였다. 취재진 100명가량은 경찰서 로비 앞과 인근 건물 옥상 등에 포진했다. 민중당과 기본소득당 등의 당원들은 경찰서 입구에서 ‘조주빈에게 법정최고형을 선고하라’ ‘n번방에서 감방으로’ ‘그 방에 입장한 너희 모두 살인자다’ 등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조씨는 취재진이 “음란물 유포 혐의 인정하십니까” “살해 모의 의혹 인정하십니까”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으시나요” 등이라고 물었지만, 조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기만 했다.
조씨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경찰은 조씨를 호송차에 태웠다. 한쪽에서 “박사장, 피해자들한테 사과할 생각 없습니까”라고 소리쳤지만, 조씨는 역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조씨의 발언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양심의 가책을 손 사장 등에게 떠넘기고 싶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대망상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사죄해야 할 대상은 피해 여성들이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성년 여성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한 뒤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방 참가자들로부터 돈을 받기도 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74명, 이 가운데 미성년자는 16명이다.
[출처: 중앙일보] 조주빈 “악마의 삶 멈춰주셔서 감사” 목 보호대, 머리엔 반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