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FAO한국협회 공동기획] 세계농업은 지금
지난해말 케냐 등지서 급증 농작물 피해 속출…식량위기
번식·이동 빨라 급격히 확산 전문가 “지구온난화가 원인”
자금난에 국제기구 공조 난항
파키스탄 등 아시아까지 습격 中 뚫릴 땐 한국도 안심 못해
사막메뚜기떼가 아프리카를 덮쳐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휩쓴 사막메뚜기떼는 중동과 파키스탄(남아시아)까지 도달해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댄 중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뚫리면 사막메뚜기떼가 우리나라에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막메뚜기떼 공습에 아프리카 곳곳 식량난=아프리카에 사막메뚜기떼가 급증한 건 지난해말부터다. 케냐·소말리아·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사막메뚜기떼는 무서운 속도로 농작물을 먹으며 한달 만에 남수단·우간다·탄자니아까지 뻗어갔다. 이들은 바람을 타고 하루에 최대 150㎞까지 이동할 수 있는 데다 암컷 한마리가 300개의 알을 낳아 번식이 매우 빠르다.
사막메뚜기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소말리아 농업부는 지난달 2일 “메뚜기떼가 막대한 양의 작물과 사료를 먹어치우고 있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944년 이후 처음으로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았다는 콩고나 70년 동안 이 정도 규모의 메뚜기떼가 관찰된 적이 없는 케냐의 상황 역시 심각하다. 엄청난 식량난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유엔(UN·국제연합)에 따르면 사막메뚜기떼의 출현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약 1000만명이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1㎞ 규모(약 1억5000마리)의 사막메뚜기떼가 하루에 3만5000명분의 농작물을 먹어치우는데, 지난달 중순께 케냐 동부에서 확인된 메뚜기떼만 2000㎞에 달하기 때문이다. 메뚜기떼는 잡식성으로 쌀·귀리는 물론 옥수수·바나나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다.
◆지구온난화가 사막메뚜기 창궐 요인=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사막메뚜기를 폭발적으로 늘렸다고 보고 있다. 10~12월은 아프리카의 건기에 해당하는데, 지난해 이 시기에 평년보다 4배나 많은 폭우가 내려 사막메뚜기가 산란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막메뚜기떼가 기존 초록색이나 갈색이 아닌 공격성을 띠는 형광 노란색을 띠는 것도 가뭄 뒤 폭우가 이어진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농작물 피해가 커진 것은 메뚜기떼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메뚜기떼는 개체수가 늘어나 군집을 이루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며 엄청난 식욕과 공격성을 지니게 된다.
◆국제기구 대응 공조…자금난에 ‘발목’=사안이 심각해지자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등의 국제기구들은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확산을 막기 위한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이같은 노력에도 위기 대응을 위한 자금 조달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FAO는 1월20일 국제사회에 7600만달러(한화 909억원)규모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실제 모인 금액이 3300만달러(한화 395억원)에 불과했다. 그 사이 메뚜기떼의 규모가 더 늘어난 탓에 FAO는 현재 필요한 비용을 1억3800만달러(한화 1651억원)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FAO는 50년 전부터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메뚜기떼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막메뚜기 정보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아프리카를 휩쓴 사막메뚜기떼는 중동을 넘어 아시아까지 진격한 상태다. 파키스탄도 1월31일 “우리는 20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떼 습격을 받았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쩌화 중국농업과학원 식물보호연구소 연구원은 “만약 해외에서 메뚜기떼를 통제하지 못하면 6~7월쯤 중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메뚜기떼가 중국까지 도달할 경우 중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에 메뚜기 알이나 유충이 함께 들어와 한국까지 메뚜기떼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서진 기자 dazzl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