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는 `꿈의 직장`으로 불릴 만큼 직장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유사들은 자산을 팔고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마른 수건을 짜내듯 불황을 견뎌내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 등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2014년의 악몽이 올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8년 9월 대한송유관공사는 SK네트웍스에서 저유소 토지를 52억7000만원에 인수했다.이어 SK에너지에서 대전과 전주 등 물류센터 토지와 건물을 228억원에 사들였다. SK에너지는 2017년에도 광주와 대구 저유소를 373억원에 대한송유관공사에 매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저유소와 물류센터 매각이 물류 공동 이용을 통한 물류 효과 목적 외에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한송유관공사가 유류탱크를 관리하게 되면 정유사들이 공동으로 유통 인프라스트럭처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구조조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에쓰오일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7년으로 국내 정유업체 중 가장 높은 에쓰오일은 정유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냈던 2014년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에쓰오일은 부장급 대상으로 열린 인사설명회에서 희망퇴직 계획안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측은 “50대 이상 승진 적체 현상과 건강상 이유로 정년 이전에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부터 제도 도입을 검토해왔다”며 “희망퇴직 제도는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장년층 장기근속 직원들을 지원하고 젊은 인재들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인력 운용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악화된 실적에 따른 자구책으로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산업은 장치산업인 만큼 매출에서 인건비 비중이 작은 업종에 속한다”며 “그럼에도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해 조직 통합 등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업계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주유소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전국 주유소 개수는 1만1000여 개에 달하는데 업계에서는 국내 주유소 적정 개수를 7000여 개로 보고 있다. 결국 지난해부터 주유소들은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비롯해 세차, 택배, 공유차 차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에너지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