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면역력을 높인다는 제품들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1918년 스페인 독감은 당시 세계 인구의 25%인 5억 명을 감염시키고 수천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위기는 누군가에게 기회였다. 수상쩍은 약들을 파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공식 인증된 제품이었던 빅스 바포럽은 수상쩍은 약들을 포함해 수많은 괴짜 치료법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 수상한 약 광고는 신문에 주기적으로 등장했다. 언론은 해당 제품들을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2020년으로 돌아와보자. 크게 달라진 게 있을까? 비록 100년 동안의 과학적 발견들로 코로나19가 스페인 독감과는 다른 바이러스로 분류됐지만, 여전히 의심스러운 의약 혼합물들과 민간요법들이 판을 치고 있다. 자, 그럼 이제 면역 체계를 신장시켜 준다는 의문의 의약품들을 살펴보자.

현재 소셜 미디어에서 돌고 있는 기괴한 소문 중 하나는, 자위행위를 많이 할수록 백혈구 수치가 상승한다는 이야기다. 또 늘 그렇듯 영양에 대한 조언 역시 넘쳐난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라고 말한다. 1918년엔 양파를 많이 먹으라는 건강 조언이 유행했다. 유사 과학자들은 콤부차와 생균제 같은 최신 유행 제품들을 팔고 다니느라 바쁘다.

당신이 비타민 결핍만 아니라면, 비타민 보충제가 감염을 예방하다는 증거는 없다
이미지 캡션당신이 비타민 결핍만 아니라면, 비타민 보충제가 감염을 예방하다는 증거는 없다

고춧가루와 녹차가 안면 마스크보다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한 곳도 있다.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기 바이러스를 5배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매우 대담하고 모호한 주장이다.

면역 증강 제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히도, 알약이나 유행하는 슈퍼 푸드, 또는 건강 습관이 건강한 면역 체계에 대한 지름길을 제공한다는 생각은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하다. 사실, 면역 체계를 신장시킨다는 개념에는 어떠한 과학적 의미도 없다.

미국 예일대학교 면역학자 아키코 이와사키는 “면역엔 3가지 다른 구성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몸에는 피부, 기도, 점막이 있는데, 이들은 감염을 막아주는 첫 번째 장벽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이 장벽을 뚫고 몸에 들어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선천적 면역 반응이 작동하게 된다. 이 면역 반응은 침입자와 싸우기 위해 신속한 경보를 보낼 수 있는 화학물질과 세포로 이뤄져 있다.

1918년, 수상쩍은 약을 파는 사람들은 스페인 독감으로 쓸모없고 때로는 해로운 제품을 팔 기회를 잡았다
이미지 캡션1918년, 수상쩍은 약을 파는 사람들은 스페인 독감으로 쓸모없고 때로는 해로운 제품을 팔 기회를 잡았다

“만약 선천적 면역 반응이 충분치 않을 경우 몸은 적응 면역 체계를 작동시킨다”고 말한다. 적응 면역 체계는 세포와 단백질을 포함하는 항체인데, 몸이 항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적응 면역 체계가 특정한 병원체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사키 교수는 “예를 들어 코로나19만 공격할 수 있는 T 세포는 인플루엔자나 박테리아 병원체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감염은 결과적으로 적응 면역 체계를 유발한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이를 만들 수 있는데, 바로 백신 접종이다. 백신은 우리 몸을 살아있거나 죽은 미생물에 노출시켜 항체를 만들게 하고, 이후 실제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효과적으로 싸우도록 한다.

사람의 면역 체계를 신장시킨다는 개념은 아마도 이런 반응을 보다 적극적으로, 또는 강하게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은 면역 체계 반응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몸이 아프고 열이 나며 콧물과 가래가 생기는 감기 증상을 경험해 보라. 이런 증상의 원인은 대부분 바이러스 자체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이런 증상들은 선천적 면역 반응에 의해 의도적으로 유발되기 때문이다.

많은 면역체계 신장 제품들이 염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점액은 병원체를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열은 몸을 뜨겁게 만들어 병원체가 복제되지 못하도록 돕는다. 통증과 아픈 느낌은 정맥을 통과하는 염증성 화학물질의 부산물에 의한 것인데, 이는 면역 세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또 통증과 아픈 느낌은 뇌에 몸이 회복되기 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점액과 화학적 신호들은 염증의 일부분이다. 이는 튼튼한 면역 반응의 기반이 된다. 코로나19를 포함한 대부분의 바이러스 역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콤부차나 녹차, 또는 상점에서 판매하는 다른 어떤 면역 신장 제품이라 할지라도, 우리 몸의 염증 반응을 막지 못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많은 면역 신장 제품들은 반드시 필요한 이 염증 반응을 감소시킨다는 엉뚱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적응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는 면역 세포가 꽃가루 같은 무해한 이물질을 해로운 것으로 취급하면서 발생한다. 문제가 되는 물질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 몸은 재채기, 눈 가려움증, 피로 등의 선천적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제품이 면역 반응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번 가정해보자.

이와사키는 “이런 제품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근거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런 제품들은 무엇을 기반으로 할까? 과연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까?

당신이 건강하다면 보충제는 잊어버리되, 비타민 D는 챙겨라

많은 복합 비타민 제품은 면역력을 높이거나 면역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16년 BBC 퓨처 기사에서 밝혔듯, 비타민 보충제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 효과가 없고 때로는 더 해로울 수도 있다.

‘비타민C를 복용하라’라는 신화는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이 감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집착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는 수년간 비타민에 대한 연구를 한끝에 하루에 18,000mg의 비타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하루 권장량보다 약 300배 많은 수치다.

당신이 비타민 결핍만 아니라면, 비타민 보충제는 면역 체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대한 명성을 지닌 비타민 C가 감기와 호흡기 감염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거의 없다. 근거 중심의 의학 연구로 유명한 영국 비영리 단체 코크란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감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성인에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고용량 비타민C를 투여한 결과, 감기 지속 기간이나 증상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비타민C 시장을 일종의 부정한 돈벌이로 보는데, 선진국 사람들 대부분은 그들의 식사를 통해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비타민 C 결핍으로 생기는 괴혈병은 15세기와 18세기 사이 2백만 명의 선원과 해적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훨씬 적다. 2016년과 2017년 사이 괴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영국인은 단 128명에 불과하다. 이제는 결핍이 아니라 과다가 더 문제가 된다. 비타민 과다 복용은 신장 결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와사키는 당신이 비타민 결핍만 아니라면, 비타민 보충제가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진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사를 통해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한다. 다만 제한된 식사를 하는 비건(채식주의자)의 경우, 특정한 결핍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바로 비타민D다. 이와사키는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결핍은 호흡기 감염 위협을 증가시키고 더 심각한 증상들을 유발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의 발병과도 관련이 있다.

사실 대부분의 면역 세포들은 비타민 D를 적극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비타민 D는 선천적, 후천적 면역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방식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많은 국가, 심지어 부유한 국가에서도 비타민 D 결핍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2012년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충분한 비타민D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라는 지시를 받는 지금, 빛에 노출되는 양이 줄어드는 것이 어떻게 더 많은 결함을 초래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자위행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자위행위는 서양 의학으로부터 큰 의심을 받아왔다. 또 자위는 수백 년 동안 실명에서부터 신경증에 이르는 온갖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자위에 놀라운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남자의 경우, 자위를 통해 정자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전립선암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자위행위가 면역력을 향상시키거나 코로나19을 막아준다는 주장은 과장된 표현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백혈구 수치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위행위가 감염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준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니다.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한 가지, 바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이다. 미국 뉴욕시 건강 및 정신 위생국은 최근 트위터에서 팔로워들에게 “자기 자신이 가장 안전한 성 파트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항산화제 약품을 비축해 둘 필요는 없다

항산화 물질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은 좀 더 복잡하다. 백혈구는 염증 반응의 일환으로 독성 산소 화합물을 방출하는데 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이 독성 산호 화합물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죽이고 복제를 막는다. 하지만 이들은 건강한 세포 역시 손상시키는데, 이는 암이나 노화로 이어지고 면역 시스템을 저하시킨다.

이 현상을 막기 위해 신체는 항산화 물질에 의존한다. 항산화 물질은 독성 산소 화합물을 통제하고 건강한 세포들을 안전하도록 지켜준다. 그리고 우리는 먹는 음식들을 통해서도 일부 항산화 물질들을 비축한다. 선명한 색상의 과일과 야채에는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있는데, 항상화 물질이 유색이기 때문이다. 항산화 물질은 당근, 블루베리, 가지, 적색 케일, 강황, 딸기가 색깔을 띠도록 한다.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항산화 물질을 투여해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실험은 코로나19의 잠재적 치료를 조사하기 위한 수 백 가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높은 함량의 항산화 물질이 인간의 면역 체계를 증가시키거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도움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건강 전문가들과 동종 요법(인체에 질병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해 치료하는 방법)을 믿는다면, 콤부차는 발효된 차로 만든 달콤한 청량음료 그 이상을 의미한다. 인터넷에는 콤부차가 암과 에이즈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일부 웹사이트들은 콤부차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이, 콤부차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 음료 한 잔이 충분히 높은 농도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리고 콤부차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구체적 증거 역시 없다.

현재 어떤 종류의 생균제도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근거는 없다

2015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유익한 미생물을 갖고 있는 생균제가 감기 발생을 현저히 줄인다고 밝혔다. 또 이 연구는 생균제로 인해 항생제 사용이 약간 줄었으며 학교에 결석하는 일수도 줄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자는 유산균이 위약 치료보다는 낫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의 질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요한 사실은, 현재 어떤 종류의 생균제도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없을까?

이와사키는 “이런 근거 없는 믿음 대부분은 비교적 악의가 없지만 여기에 빠지게 되면 잘못된 안도감을 줄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이제 건강 제품들은 뒤로하고, 면역 체계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접근법을 소개할까 한다. 이 방법들은 섹시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람들이 병에 넣어 팔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방법은 효과가 입증됐다. 돈도 필요 없다.

충분한 수면, 운동, 균형 잡힌 식사, 그리고 스트레스 받지 않기가 바로 면역체계를 돕는 유용하고 확실한 방법들이다. 이 방법에 실패한다면, 특정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확실한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예방 접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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