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항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네덜란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이 끊기자 범선을 타고 귀향하는 영화 같은 체험을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네덜란드 고등학생 25명이 26일 60m 길이의 스쿠너(Schooner·돛대가 두 개인 범선)를 타고 쿠바에서 대서양을 횡단해 네덜란드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4~17세인 학생들은 6주간의 범선 항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쿠바를 찾았다. 이들은 3월 중순경 네덜란드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예정된 프로그램이 절반 정도 지났을 무렵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확산되면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
타국에서 기약 없이 발이 묶인 상황에서 항해 프로그램 담당자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학생들과 함께 범선 ‘와일드 스완’(Wylde Swan)호를 타고 7000㎞ 거리의 대서양을 건너기로 한 것.
일행은 카리브해에 있는 세인트루시아에서 방한복과 각종 물자를 충분히 비축한 뒤, 와일드 스완호를 타고 네덜란드 북부 하를링언항까지 약 5주간의 여정에 올랐다. 배 안에는 학생들 외에 경험이 풍부한 선원 12명과 교사 3명이 동승한 상태였다.
결국 이들을 실은 배는 26일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고, 마중 나온 부모들의 환영을 받았다.
항해에 참여한 학생인 아나 마르티어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며 “‘지금 있는 옷으로 어떻게 버티지? 배 안에 음식은 충분할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돌아봤다.
또 다른 학생 플로어 허크먼스는 “배에서는 잘 때든 밥을 먹을 때든 늘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해서 사생활이 없다는 게 힘들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번 항해 동안 학생들은 배 안에서 학교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크리스토프 마이어는 “학생들이 적응하는 법에 대해 배웠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학교 수업까지 마쳤다”며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앞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귀국한 학생들은 네덜란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들은 당분간 집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다. 허크먼스의 어머니는 “딸이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을 접하게 되면 바다의 생활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농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