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경찰이 흑인 남성을 숨지게 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LA 지역 한인 상점도 피해를 입었다. 교민들은 199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고 있다. 정부는 현지 대책반을 꾸리고, 교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필라델피아·워싱턴 등서 한인 상점 피해 99건
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시위로 워싱턴 D.C.를 포함한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한인 상점 재산 피해는 현재까지 모두 99건으로, 전날보다 20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시별로 보면 필라델피아가 50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미니애폴리스 10건, 시카고 9건, 워싱턴D.C. 4건, 로스앤젤레스 3건, 윌밍턴 2건, 프로비던스 1건, 오클랜드 1건, 벨뷰 2건, 클리블랜드 1건, 루이빌 1건, 세인트루이스 2건, 애틀랜타 4건, 찰스턴 1건, 훼잇빌 1건, 마이애미 1건, 랄리 5건, 버밍햄 1건 등의 재산피해가 접수됐다.
다행히 한인 인명 피해는 지금까지 접수되지 않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주재 10개 공관의 비상대책반과 긴밀히 협조해 재외동포의 안전확보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미대사관과 지역별 총영사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시위 현장에 접근하지 말 것과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역 한인단체 등과 비상 연락망을 유지하면서 우리 국민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피해자에겐 영사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달라진 LA 시위 현장…’조심조심’ 평화 행진
남가주 전역에서 경찰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고 사회정의 실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LA경찰국(LAPD) 등 법집행기관은 평화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일부 약탈 및 방화 행위는 강력 대응하기 시작했다.
◆평화시위 자리잡나
지난달 30일부터 LA 카운티와 오렌지 카운티 등 남가주에서는 경찰 공권력 남용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항의시위가 시작됐다. 주말 동안 LA 도심 멜로즈 거리, 샌타모니카 다운타운, 롱비치 다운타운 등에서는 ‘약탈과 방화’로 소상공인 업소 100곳 이상이 재산피해를 봤다.
2일 남가주 시위는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시위 참가자도 주말보다 3~4배 이상 늘었다. 자칫 약탈과 반달리즘으로 얼룩질뻔한 시위 분위기는 평화집회로 반전됐다.
LAPD 등 지방경찰,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CHP),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은 시위대 집회, 거리행진을 최대한 보장하며 개입을 최소화했다. 시위 참가자도 저마다 피켓에 항의문구를 쓰고 돌출행동은 삼갔다.
2일 시위는 오전 11시쯤 LA시청 앞 집회를 시작으로 정오 무렵 할리우드·캘스테이트노스리지·맨해튼비치·브레아·샌디에이고·리버사이드에서 시작했다. 각 시위 장소마다 100명~1만 명 가까이 모였다.
특히 시위 현장에는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여러 인종이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사회정의(JUSTICE)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숨을 쉴 수가 없다(I CAN’T BREATHE) ▶당신의 싸움이 곧 나의 싸움(YOUR FIGHT IS MY FIGHT) 등 문구를 피켓에 적어 나왔다.
이날 정오 할리우드 불러바드와 샌타모니카 불러바드에도 시위대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오후 내내 행진을 이어갔다. 갈수록 시위 참가자는 수천 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할리우드 불러바드-브론슨 애비뉴-선셋 불러바드-바인 스트리트 구역을 동서남북으로 계속 행진했다.
◆약탈·반달리즘은 중범죄
개빈 뉴섬 주지사, 에릭 가세티 LA시장, 재키 레이시 LA카운티 검사장 등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유감을 표하고 평화시위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탈과 방화, 반달리즘’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LA 시와 카운티 검찰은 무정부주의를 빌미로 재산피해를 일삼는 이들은 ‘중범죄’로 기소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1일 LA다운타운 카운티 청사에서 LA카운티 재키 레이시 검사장과 LA시 마이크 퓨어 검사장은 LA카운티 알렉스 비야누에바 셰리프국장, LA시 마이클 무어 경찰국장 및 지방정부 경찰국장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약탈과 방화를 더는 좌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집행당국은 일부가 평화시위대를 가장해 약탈과 방화를 유도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약탈을 순간의 재미와 기회로 여기고 가담하면 중범죄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약탈 무리는 평화시위가 끝나는 무렵 ▶특정 상점 유리창을 깨고 ▶차량 무리를 이뤄 물품을 훔치고 ▶방화와 낙서를 한 뒤 달아나는 패턴을 보였다.
지난 1일 할리우드와 밴나이스에서도 통행금지가 시작된 오후 6시를 전후해 랄프 식료품점, 귀금속매장 입구 등을 부순 뒤 준비된 차량에 물품을 싣고 도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LAPD 등도 대응전략을 새롭게 짰다. 시위 현장 상공을 순찰하는 항공지원부 헬기가 약탈 시도를 보고하면, 순찰차 약 10대가 곧바로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현장 공개영상 등 증거를 토대로 약탈범 신원파악과 검거에 나서고 있다.
LAPD는 1일 통금시간 이후 약탈범 등 1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700명, 30일 400명, 29일 5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무어 국장은 “평화적 시위와 표현의 자유를 경찰은 적극 보장한다”면서 “무법 행위와 소상공인의 꿈을 짓밟는 약탈 행위는 법에 따라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A 시와 카운티는 2일에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