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철강 밀어낸 언택트’…코로나가 한국 시총 순위 바꿨다

현대차, 카카오에도 밀려..5위서 10위로
카카오 22위서 9위, 엔씨소프트 25위서 13위로 껑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언택트(Untact·접촉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더니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마저 바꿔놨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포스코(005490) 등 자동차, 철강의 중후장대 산업들이 시가총액 10위권에 포진해 있었으나 코로나로 현대차를 제외하곤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대신 카카오(035720)엔씨소프트(036570) 등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게임 업체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들어 경제 봉쇄 조치가 완전히 해제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IT업종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시총 지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시총 10위권은 반도체·바이오·플랫폼이 주름 잡아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 자리는 각각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반도체 업체가 꽉 잡고 있는 가운데 3위부터 10위권까지는 코로나 이후 크게 변동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뒤에 네이버(03542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현대차, 현대모비스, 셀트리온(068270)LG화학(051910), 포스코, 삼성물산(028260) 등이 포진돼 있었다. IT, 바이오주 틈새 속에서도 자동차,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이 시총 10위권 내에서 자리를 잡았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에 코스피 지수가 3월에만 11.7% 하락하고 각종 부양책에 4월 11.0% 반등하는 과정에서 시가총액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작년 말 5위였던 현대차는 10위로 밀려났고 현대모비스는 6위에서 12위로, 포스코는 9위에서 16위로 추락했다. 반면 18위에 있던 삼성SDI(006400)가 7위로 올라섰다. 22위였던 카카오는 9위로 올라서 현대차를 앞질렀다. 엔씨소프트는 25위에서 13위로 껑충 뛰었다. 코로나에 바이오주는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4위, 7위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은 각각 3위, 5위로 올라섰다.

코로나 수혜주는 아니지만 저유가에 원재료인 납사 원가가 하락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한 LG화학(051910)은 시총 8위에서 6위로 뛰었다. 영업환경이 어려웠음에도 숨,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에 화장품, 음료, 생활용품 분야로 사업이 분산돼 있는 LG생활건강(051900)이 13위에서 8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반면 금리 하락에 각각 11위, 12위이던 신한지주(055550)KB금융(105560) 등 은행주는 17위, 20위로 밀려났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시총 안 바뀔 듯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각국의 경제 봉쇄 조치가 해제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자동차,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이 다시 시총 순위를 치고 올라올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철강 등의 수요가 지금보다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봉쇄 조치 해제가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한계가 있는데다 중국의 재고 부담도 여전하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도 전기차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사업을 재편해야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나마 전기차 관련 개발을 강화하면서 시총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 그룹은 작년 합산 전기차 판매가 49% 증가했다”며 “올해는 증가율이 15%로 일시적으로 낮아지겠지만 내년엔 27%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온라인 플랫폼, 바이오 업체 등은 여전히 순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중국간 갈등에) 밸류체인이 무너지고 코로나19 책임론에 탈세계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언택트로 인한 비즈니스 디지털화는 세계 산업 지형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가총액 10개 종목에 IT(반도체, 플랫폼), 바이오와 미래 성장 동력을 가진 제조업이 속해 있다”며 “새로운 종목이 시총 10위권에 들면 대체로 2년 이상 지위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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