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A(29) 씨는 올해 어버이날에 대구를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일이 바쁜 탓도 있지만 “대구에 오는 것이 걱정된다”는 부모님의 만류를 받아들였다. A씨는 “이번에는 꼭 뵙고 싶었지만 감염 우려와 혹시 모를 직장 내 불이익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설득에 다음에 가기로 했다”며 “그래도 마음은 꼭 전하고 싶어 건강식품을 집으로 배달시켰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함께 맞는 2020년 어버이날 선물 키워드는 ‘언택트(비대면)’와 ‘건강’이다. 접촉에 따른 감염 우려로 어버이날 선물을 살 때도 언택트 소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면역력이 약한 고령의 부모를 위한 건강·의료용품이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유통업계는 달라진 소비문화에 발맞춘 판매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식품·편의점업계 배달 서비스 강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직장인 2천59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가정의 달 가족모임 변화’에 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10명 중 7명(67.3%)은 ‘가족 모임 계획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어버이날을 비롯한 모임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당분간은 안 만나고 덜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회 분위기로 자리 잡은 언택트에 식품·편의점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했던 어버이날 선물 판매 방식을 배달 서비스 위주로 변경했다.
GS25는 전국 꽃배달 서비스 플라워365와 협업해 개별배송을 진행한다. 카네이션 바구니는 플라워365에서 직접 제작해 택배로 발송하고, 프리미엄 바구니는 고객 수령지 근처의 플라워365 제휴 꽃집에서 상품을 제작해 배송한다.
세븐일레븐은 50여 종의 ‘가족사랑 선물세트’를 택배 전용 상품으로 운영한다. 고객이 매장에 비치된 팸플릿 등에서 카네이션 꽃다발과 정관장 세트 등의 상품 정보를 확인해 주문하면 주소지까지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떡 프랜차이즈 떡보의 하루가 내놓은 ‘카네이션 떡케이크’ 5종은 하루 전 주문하면 당일 떡케이크를 만들어 배송한다.
한식 프랜차이즈 업체 본아이에프는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 ‘본오더’에서 안전하게 주문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선보였다. 매장에서 직접 죽을 구매하는 대신 간단한 메시지를 추가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선물해 마음도 전하고 접촉도 줄인다는 취지다.
이진희 본아이에프 대표는 “유통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접촉을 최소화하는 심리를 반영한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했다”며 “직접 만나 선물하긴 어려워도 부모님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데 (언택트 서비스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홈플러스는 어버이날을 맞아 오는 13일까지 전국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건강박람회’를 진행한다. 홈플러스 제공.
◆건강·의료용품 지난해보다 2.7배 더 팔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나이 든 부모를 걱정하는 마음은 건강·의료용품 판매 증가로 나타났다.
이베이코리아가 최근 가정의 달 프로모션 기간인 지난달 20~28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어버이날 선물로 건강·의료용품 매출이 2.7배(170%) 늘었다. 품목별로는 체온계, 스트레스 측정기, 혈관나이 측정기 등 건강측정용품 판매량이 2배 이상(113%) 증가했다.
티몬이 최근 자사 플랫폼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어버이날 선물로 현금(42.9%)에 이어 건강기능식품(39.4%)로 2위를 차지해 건강에 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가장 인기가 많은 건강식품은 홍삼(19.9%)과 프로바이오틱스(16.7%)였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하자 홈플러스는 오는 13일까지 건강을 코로나19 극복 키워드로 한 ‘건강 박람회’를 개최한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홈플러스 온라인몰의 건강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건강 박람회는 15개 브랜드 30여 종의 제품을 면역력 증진, 장혈관 건강 개선, 필수 영양소 보충, 건강식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눠 소비자가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창수 홈플러스 마케팅총괄이사는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한 시기에 어버이날 선물로 건강 관련 용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