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문재인은 간첩” 근거는 ‘김정은에 건넨 USB와 일심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사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문재인은 간첩” 발언의 근거로 문 대통령이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전달한 사실을 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 목사는 2006년 ‘일심회 사건’ 수사선상에 올랐던 이들이 현 정부에서도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간첩’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가 “문재인은 간첩”이라 발언한 것은 공연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본다. 전 목사 측은 공직자의 명예훼손 판단은 엄격해야 한다는 뜻으로 과거 ‘광우병 보도’ PD수첩 제작진에게 내려진 대법원의 명예훼손 무죄 판결을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판례가 이번 사안에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 목사는 향후 공판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USB, 일심회 사건 등을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 지칭한 근거였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9일 집회에서 “왜 제가 문재인을 끌어내리려 하느냐? 문재인은 간첩입니다”라고 연설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가리켜 “서독의 간첩 윤이상에게 부인을 보내 참배를 하게 하는가 하면 공산주의자 조국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 시도했다”고도 했다.

전 목사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 칭한 이유로 크게 2가지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문 대통령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신경제구상’이 담긴 USB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일을 문제 삼았다. 한국의 생각과 전략을 북측에 넘긴 행위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 목사의 주장이라고 한다.

그는 USB와 함께 참여정부 당시 관심을 끌었던 일심회 사건도 발언 배경으로 언급했다. 일심회 사건이란 북한 지령을 받은 이들이 국가 기밀을 누설하다 2006년 적발된 사건이다. 대법원에서 관련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징역형으로 확정된 바 있다. 전 목사는 당시 국가정보원 수사가 미진했으며 수사선상에 올랐던 이들 일부가 여전히 현 정부에서도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목사가 나름대로 제시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결국 전 목사가 집회에서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은 틀림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간첩이 아니고 간첩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시도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간첩’이라는 표현이 사전적 의미로서의 간첩이 아니라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관용적 표현에 가까웠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정도의 표현이었다면 평가의 영역에 남아 있다고도 볼 여지가 있지만 “문재인은 간첩”이라는 발언 자체는 ‘사실관계’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전 목사 측은 ‘광우병 보도’로 농림수산식품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던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 목사 측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이 판결을 거론하고 있다. 검찰은 이 판례가 꼭 들어맞는 변론이 못 된다고 본다. 당시 무죄 판결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정부부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 목사의 간첩 발언은 직책보다는 개인을 비난한 것이므로 문 대통령이 피해자가 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다중 연설에서 대통령이 간첩이라 호명된 이번 사건은 ‘대통령 명예훼손’과 관련한 사법부의 시각을 다시 엿볼 기회이기도 하다. 명예훼손에 대한 지탄이 높지만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성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앞서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전 목사에게 11일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는 통지서를 발송했다. 전 목사 측은 “법정이 뜨거워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도 “증거관계를 보고 기소했으며, 법정에서 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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