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며 관세 부과까지 거론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양국이 또다시 무역 전면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실에서 나왔다는 주장과 관련해 확신을 준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증거를)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다만 그것을 말할 수는 없다”며 “아주 머지않은 미래에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우한 연구실 유래설에 대해 “지금 벌어진 끔찍한 상황에 대해 매우 철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에 지고 있는 부채 일부를 무효로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관세를 통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해군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CG-52)을 보내 무력 시위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중국 발언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책임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다. 코로나19가 나오지 않도록 중국이 막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정보기관들은 동물과 접촉해 발병이 시작됐는지, 우한 연구소의 사고 결과인지 판단하기 위해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미국 정부가 본격화할 가능성이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은 미 관계부처 고위 당국자들이 전략 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중국 보복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의 ‘주권 면제(sovereign immunity)’를 박탈해 미 정부나 코로나19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길을 터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주권 면제는 ‘국제법상 주권국가는 타국 법정의 피고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중국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는 경제 제재와 채무 상환 거부, 신규 관세 부과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진 부채 일부를 무효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WP 보도에 대해 “관세를 통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발생 및 확산 규명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중국과의 무역 합의는 이에 비하면 부차적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내가 이번 대선에서 지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할 것”이라고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강공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로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늑장 대응 책임론에 직면하자 화살을 밖으로 돌리며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있다. WP는 “이미 긴장이 고조된 두 초대강국 간 관계를 더욱 갈라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공격도 이어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 연방정부의 퇴직연금은 올해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주식에 투자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막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