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화웨이에 더이상 반도체 안판다”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화웨이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화웨이에 반도체 칩 공급을 중단토록 한 미국 정부 규제에 발맞춘 것으로,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결정이다.

그동안 화웨이와 하이실리콘(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회사)은 TSMC로부터 반도체 부품을 공급받아 왔는데 TSMC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할 만큼 큰 고객사다. 그럼에도 TSMC가 화웨이를 포기하게 된 이유는 미국이 본격 가동한 대중국 공세 정책 때문이다.최근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사실상 `신냉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각에선 미·중 간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의 순간이 다가오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기술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이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TSMC도 화웨이로부터 추가 수주를 받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의 자존심`인 화웨이에 대한 초강경 제재를 꺼내들었다. 제재의 골자는 미국 기업은 물론 제3국 반도체회사들이 미국 기술을 일정 부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기 전에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사실상 화웨이와 전 세계 반도체 메이커 간의 협력 고리를 끊겠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군사, 외교 등 전 부문에서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기술 영역에서도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취약한 `반도체` 기술을 공격 타깃으로 삼았다. 미국의 노림수는 기술 패권을 꿈꾸는 중국의 야심을 미연에 차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미국의 반도체 자급 수준은 높이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1차 공격 목표로 삼은 화웨이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이자 중국 공산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업체다. 중국 내부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중국에 대한 공세로 여기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수출 제재 조치로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중계기 생산에 들어갈 반도체 칩을 조달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을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의 반도체 부품 수입의 90%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 측은 18일 공식 성명을 내고 “우리에 대한 무지막지한 파괴적 조처는 화웨이로부터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받는 179개국과 30여 개 통신사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이 자국 기술 우위를 이용해 외국 기업을 압박하면 결국 미국에 손해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조처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겠지만 우리는 해법을 찾고 차별적 대처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국가의 힘을 동원해 국가 안보를 구실로 수출 규제 등을 남용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나라의 특정 기업에 대한 억압이며 시장 원칙과 공정 경쟁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중이 `기술냉전`에 돌입했다”며 “미국의 조치로 중국 내부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 기술의 완전한 `탈미국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의 핵심 반도체 기업에 거액의 투자금을 몰아주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국 정부 주도의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약칭 대기금)`와 상하이직접회로펀드는 총 22억5000만달러(약 2조7700억원)를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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