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대믹로 인해 피임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여성이 코로나19로 인해 피임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원치 않는 임신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UNFPA의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 114개국 4700만 명의 여성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현대적 피임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봉쇄조치가 6개월 동안 지속되고 보건 서비스에 상당한 제한이 발생할 경우, 700만 건의 의도치 않은 임신이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내놨다. 봉쇄 조치가 3개월씩 지속될 때마다 최대 200만 명의 여성이 현대적인 피임법을 사용하지 못할 거란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는 법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필리핀 같은 국가에서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들 지역에서 여성이 피임을 하려면 지역 보건소나 피임 지원 봉사 활동에 의존해야 한다.
유엔 필리핀 대표 조셉 마이클 싱 박사는 “필리핀에서는 코로나19로 120만 명의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필리핀에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필수적 피임 서비스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지금처럼 간호사나 조산사, 응급센터 등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원치 않는 임신은 산모의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고 부족
필리핀의 비정부기관 ‘헬스루트’(Roots of Health)’ 대표 아미나 에반젤리스타 스와네포엘은 “현재 콘돔이나 호르몬 주사, 프로게스테론 피임약 등의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필리핀 푸에르토 프린세사를 롯해 팔라완 외곽 지역에서 무료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국가 가족계획 담당자는 “충분한 피임 도구들을 공급받았지만, 이를 각 지방으로 분배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BBC에 말했다.
팔라완 지방의 한 보건소에서 일하는 아날리자 헤레나는 “최근 한 여성이 보건소에 오기 위해 10km를 걸어왔다”면서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왜 이곳을 가야 하는지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팔라완 지방을 포함한 필리핀 일부 지역에서는 봉쇄 기간 동안 가구당 단 하나의 외출 허가증만 제공됐다.
스와네포엘은 “이 허가증이 남성용이라고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다”면서 “여성이 피임약을 구하러 나가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파트너가 여성의 피임약 사용을 모른다면 더욱 힘들다”고 설명했다.
비록 필리핀 일부 지역의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대중교통이 다시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위해 그 규모를 축소해 운영 중이다.
스와네포엘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피임약이 필요하지만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파트너와 함께 24시간 집에 머물러야 하는 지금 시기에 피임은 더 힘들다”면서 “필리핀의 자연적인 가족계획에 의존하는 여성은 파트너에게 금욕을 강요하기가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전선
비정부기관 ‘헬스루트’는 무료 피임약을 제공하기 위해 취약 계층을 방문하고 있다.
6개월 된 아이를 둔 간호사 셰리 빌라가라시아는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코로나에 걸릴까 두렵기도 했다”면서도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여성은 피임약을 사러 나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필리핀 여성들은 보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넘어야 하는 장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셰리 빌라가라시아는 “남편이 피임약 복용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한 여성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호르몬 주사를 가져다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다급한 그의 모습에서 가정 폭력의 징후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팔라완 지방은 필리핀에서 10대 임신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도 필리핀의 여성들은 피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셰리 빌라가라시아는 “상담 요청자들 중 10대에 엄마가 된 여성이 있었다”면서 “그는 또 다른 임신을 하지 않기 위해 모유 수유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2017년 필리핀 전국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떠한 피임도 하지 않은 채 성생활을 하고 있는 미혼 여성 비율은 49%에 달했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 기혼 여성 가운데 피임을 하지 않는 비율은 17%였다.
유엔인구기금의 싱 박사는 “필리핀 여성이 가족 계획을 하지 않는 이유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보건 단체의 근거 없는 정보 확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필리핀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이며 영향력 있는 기독교 지도자들과 이슬람교 지도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 증가할수록 많은 여성들은 중대한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간호사 쉐리는 “원치 않는 임신이 잠재적으로 여성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여성들이 반드시 피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