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안정적인 메모리 반도체 납품’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이 향후 ‘국가안보’를 내세워 메모리 반도체 조달길마저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 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요구에 흔들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간 ‘반도체 신냉전’이 격화할수록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법인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해 두 회사의 5대 매출처에 포함된 ‘큰손’이다. 화웨이가 구매하는 한국 업체의 D램·낸드플래시 반도체 규모는 연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이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대(對)화웨이 반도체 수출 규제’의 대상은 아니다. 미 상무부는 ‘미국의 장비나 기술을 이용,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해 화웨이에 공급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수출면허를 받도록 했다. 1차적으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TSMC를 겨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