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경찰 과잉제압·체포 다음날 시신으로 돌아와
플로이드 사건 맞물려 파문 확산…거리시위·온라인 진상요구
경찰 폭력으로 인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미국 전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에서도 소위 ‘멕시코판 플로이드’ 사건이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건설 노동자인 조바니 로페스(30)가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된 것은 꼭 한 달 전인 지난달 4일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체포 당시 영상엔 여러 명의 경찰이 그를 거칠게 제압해 경찰차 안에 태우는 모습이 담겼다.
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경찰의 거친 행동에 항의하며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데려가느냐? 마스크 안 썼다고 그러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붙잡혀간 로페스는 이튿날 주검이 되어 가족에게 돌아왔다. 사인은 구타로 인한 외상성 뇌 손상이었다.
로페스의 죽음은 유족이 최근 뒤늦게 영상을 공개하면서 알려졌고, 미국의 플로이드 사건과 맞물려 분노를 키웠다.
그가 숨진 지 한 달이 지났어도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거나 기소된 이는 아무도 없다. 경찰과 지역 시장이 유족에게 돈을 줄 테니 영상을 공개하지 말라고 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영상이 퍼지자 온라인에서는 “고작 마스크를 안 썼다고 경찰에 맞아 죽었다”는 분노가 확산했다. “조바니에게 정의를”이라는 해시태그로 진상 규명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여기에는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를 비롯한 유명인들도 동참했다.
이날 과달라하라에선 거리 시위도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할리스코주 검찰은 로페스의 죽음과 관련해 경찰관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헤라르도 솔리스 주 검찰총장은 과도한 공권력 사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도, 로페스가 단순히 마스크를 쓰지 않아 체포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체포 사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엔리케 알파로 할리스코 주지사는 잔혹한 로페스의 죽음에 자신도 상처받고 분노했다며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