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떨어진 불인 영주권 취득을 해내고 나면, 곧장 이어지는 고민. 대체 우리는 그곳에서, 뭘로 먹고 살아야 할까?
아휴, 그냥 덮고 자면 포근하겠네..
확고한 기술이 있다면 그 길을 계속 가는 게 좋겠지만, 30대 중후반의 문과 출신 사무직 노동자였던 우리 부부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얘기였다.
남편: 기자 경력 10년. 신방과 졸업.
나: 기자 경력 10년. 영문과 졸업.
참.. 암담한 스펙이다 ㅡㅡa
이걸로 뭐 어떻게 살아..
정착한 지 1년이 지났고,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다. 한국어 전문가가 캐나다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어? 영어 잘하는 게 유일하게 내세울 점이었는데 거지도 영어 쓰는 나라에게 할 게 뭐가 있겠어? 이렇게 생각했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던지 할 게 있습디다. 여러분 ㅎㅎ
남편: 교민 신문에 기자로 취직 + 중국인학교에서 한국어수업 진행 중.
최종 목표는 세이트에서 냉동 관련 기술을 익혀 테크니션을 메인 잡으로 삼는 것.
현재 세이트 합격 후, 수업 들으러 오라고 불러줄 때를 기다리고 있음.
나: 통번역 자격증 취득 후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일하는 중 + 한국인 대상 셀핍 시험준비반의 영어 강사로 취직 예정 + 취미로 쓰던 소설의 이북 출간 계약. 잘 팔리면 한국에서도 수입이 들어올 듯 ㅎ
잘하는 거라곤 한국어, 스펙이라곤 영어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살길은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움.
준비하시는 분들, 너무 걱정마세요.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새로운 살길을 찾아냅니다. 제가 아는 사례만 해도 공기업에서 일하다가 세이트에서 기술 학과 졸업한 뒤 오일업체 파이프 설계하는 사람, 컴퓨터 엔지니어였다가 건설 쪽 전문가로 변신한 사람, 영어 강사였다가 은행에 취직한 사람, 역시 영어 강사였다가 세이트 회계 학과 졸업 후 취직해 회계 일 보는 사람 등 다양합니다.
심지어 저희처럼, 도무지 캐나다에서 답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굶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ㅎㅎ
(쌍갑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