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나라’ 사회주의 경제대국 중국의 민낯 “인구 6억명이 월수입 17만원”

BEIJING, CHINA - APRIL 29: Citizens wears the protective mask walked by an open-air produce market on April 29, 2020 in Beijing, China. Life in Beijing is slowly returning to normal following a city-wide lockdown on January 25 to contain the coronavirus (COVID-19) outbreak. the upcoming Chinese Labor Day holidays will take place 1st to 5th May. (Photo by Lintao Zhang/Getty Images)

“미국이 민간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 사이 우리는 노점 경제를 재개했다.”

중국 네티즌이 SNS에 남긴 글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처지를 예리한 풍자로 적나라하게 짚어냈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 핫한 키워드 하나가 ‘노점 경제’(地攤經濟)다. 시작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 시각)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로 침체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묘안’을 내놨다.

리커창 총리는 “서부의 한 도시(청두·成都)는 이동식 노점 3만6천 개를 개설해 하룻밤에 일자리 10만 개 이상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나흘 뒤인 이달 1일 리커창 총리는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의 한 노점상을 방문해 “노점 경제는 중요한 일자리 창출원”이라며 노점상 장려를 확인했다.

중국에서도 노점상은 단속 대상이다. 저소득층의 생계유지를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단속반과 저항하는 노점상인 사이의 충돌이 종종 사회문제로 비화한다.

이러한 노점상을 권장한 리커창 총리의 발언은 그만큼 중국 경제가 어렵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한 노점상을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 | 신화통신=연합뉴스

마침 지난달 31일 미국 민간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엑스(X)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발사했다. 사상 첫 민간 우주선 발사 성공이었다. 크루 드래곤은 발사된 지 19시간 뒤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도 성공했다.

미국이 민간 우주경제 시대를 여는데 우리(중국)는 노점경제를 재개했다는 중국 네티즌의 자조 섞인 풍자는 며칠을 사이에 두고 이뤄진 리커창 총리의 발언과 스페이스엑스의 성공을 비교한 것이었다.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화제가 된 리커창 총리의 발언은 또 있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1인당 평균 연 소득은 3만 위안(약 511만원)이지만, 매월 1천 위안을 버는 사람이 6억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에서 중형도시 집세와 세금만으로도 벅찬 수입”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발언이 관심을 끈 것은 올해가 중국공산당에서 선언한 탈빈곤 원년이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역시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2020년은 탈빈곤의 해”라며 “전면적으로 샤오캉 사회(전 국민이 풍족한 사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밋빛 경제 전망을 제시해야 할 전인대에서 “월소득 17만원인 사람이 6억명이다”는 리커창 총리의 깜짝 발언이 던진 사회적 충격은 가볍지 않았다.

중국 SNS에는 “며칠 전만 해도 뉴스에서 1인당 자산이 100만위안(약 1억7천만원)이라고 해서 모두 빈곤에서 벗어나 잘살게 된 줄 알았다”며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언론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아느냐는 식이었는데, 마침내 빈부격차를 인정했다”, “당 간부 중에는 매월 1천명분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있다” 등 빈부격차를 폭로하는 글도 게재됐다.

한 네티즌은 “앞으로 월급을 1천위안 이하로 낮추겠다는 속셈”이라며 더 비관적인 전망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의 빈곤탈출 선언이 부실한 약속에 그치리라는 예측은 올해 초부터 제기됐다.

지난 1월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장쑤(江蘇)성 정부가 성내 빈곤층 254만명이 빈곤탈출에 성공해 빈곤층이 6가구 17명만 남았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인구 8천만명 장쑤성에 빈곤층이 17명이라는 설명은 터무니없는 발표로 여겨지며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중국 웨이보에는 “내가 그 17명 중 1명”이라는 글이 올라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해프닝(?)은 중국 지방정부 책임자들이 중앙정부에의 보고에만 신경을 쓰고 주민들의 민생이나 실제 빈곤퇴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방증으로 풀이됐다.

한편, 리커창의 행보가 시진핑과의 갈등 내지는 결별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지난 1일 발행된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우리는 이미 샤오캉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목표를 기본적으로 실현했다”고 선언했다.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커창의 연소득, 노점경제 발언은 서열 1위인 시진핑의 공식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상황이다.

중국 전문가 원룽은 “경제 등 안살림을 총괄하는 리커창은 시진핑이 하자는 대로 나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라며 “직접적인 갈등상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등을 돌린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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