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료 열악한 자치구역
위험도 높아 더 공격적 방역
4월부터 마스크 의무 착용
금·토·일 외출 금지도 계속
대유행 대비 환자 90% 줄어
미국에서 최근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족의 코로나19 방역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약 450만명에 이른 미국 내 상황과 달리 나바호 자치구에선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보건의료 인프라 부족 등 나바호 자치구의 생활환경이 척박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애리조나·유타·뉴멕시코주 등 3개 주에 걸쳐 ‘나바호 자치구(나바호네이션)’를 이뤄 살고 있는 이들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중심지 뉴욕주를 넘어서는 감염률을 보였다. 하지만 자치정부의 적극적인 방역 관리와 주민들의 합심으로 7월 말 현재 감염 대유행 당시의 10분의 1 이하까지 신규 환자 수를 떨어뜨렸다.
특히 인근의 남부 지역들과 비교하면 나바호족 사이에서는 ‘진정세’가 확연하다. 27일(현지시간) 하루 애리조나주에서는 2107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지만, 나바호 자치구에서는 21명에 그쳤다. 지난 5월14일 240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로는 줄곧 내리막에 있는 양상이다.
미국 내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원주민들이 모여 사는 이 일대는 생활환경이 척박하고 보건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 사막이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전체 주민 17만여명 가운데 30%는 공공시설에서 식수를 끌어와 살고 있고, 60%는 방역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에 접근할 수도 없다. 인구밀도는 낮지만 한 지붕 아래 여러 세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 기본적인 가구 형태인 데다, 아픈 사람을 격리 수용할 만한 병원도 드물어 2차·3차 감염이 우려되는 환경이다. 미국 평균에 비해 당뇨·천식 등 기저질환자가 많다는 점도 치명률을 높이는 요소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같은 위험인자들 때문에 자치구는 미국의 어떤 주보다 더 공격적으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벌였다. 지난 4월10일부터 시작한 금·토·일요일 ‘57시간 봉쇄령’은 아직도 주말마다 지속되고 있다. 보건 공무원과 응급 구조대원을 제외한 모든 주민은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할 정도로 통제수위도 높다. 미국 내 다른 지역 사람들이 부활절 휴일과 현충일 연휴, 바캉스를 즐기며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이 나바호족은 조용히 집에서 참고 기다리며 확산세를 진정시킨 것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침과 주민들의 준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여러 주지사, 시장들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옥신각신하는 일이 몇 달째 벌어지고 있지만, 나바호 자치구에서는 4월 초부터 의무 착용 지침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조너선 네즈 자치구 대표는 28일 인터넷매체 ‘복스’ 인터뷰에서 “여러 세대가 한집에 모여 살고 있어 초기에는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졌지만, 마스크를 꼭 쓰도록 한 이후엔 (확진자) 숫자가 평평해졌다”며 “보건학자들의 연구 사례가 될 만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