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재권 침해 이유로 초강수…中 “72시간내 떠나라니 미친짓”

휴스턴 中영사관 폐쇄 통보 파문

“개인정보 보호위한 조치”
美법무부, 中해커 2명 기소
美대선 개입에 보복 해석

미국의 중국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요구는 코로나19, 무역갈등, 신장 위구르 지역 무슬림 인권 탄압 등으로 한껏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미국이 중국의 대선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총영사관 폐쇄 요구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은 시종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으며 침투와 내정 간섭은 중국 외교의 전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볼 때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내정 간섭을 시도하다가 미국 측에 빌미가 잡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최근 중국의 미 대선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미국 측 통보를 받고 곧바로 중요 문서 소각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1일 주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안뜰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휴스턴 지역 매체인 휴스턴 크로니클 보도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총영사관 안뜰에서 직원들이 문서 등을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영사관 직원들이 퇴거 전에 기밀문서를 소각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왕 대변인은 미국 요구에 대해 “국제 관계와 중·미 사이 양자 영사협정 등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조치”라며 “미국이 즉시 잘못된 결정을 취소하지 않으면 중국은 합법적이고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은 중국이 미국에 가장 처음 개설한 곳”이라며 “미국 정부가 72시간 이내에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한 것은 미친 행동이자 몰상식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총영사관 폐쇄 요구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중국 외교관, 기자, 학자 활동을 제약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냉전 시대에 단행했던 중국 외교관의 여행 제한, 중국 국립 언론사 일부 외교단체 등록, 나아가 중국 공산당 당원의 미국 여행 제한을 추진해 왔다.

다만 미국이 영사관 폐쇄를 요구한 건 심각한 일이지만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에도 러시아가 모스크바에 거주할 수 있는 미국 외교관 수를 제한하자 러시아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폐쇄를 요청한 바 있다. 중국 휴스턴 총영사관이 문을 닫아도 비자 업무는 다른 총영사관에서 맡을 수 있다. 미·중 간 이동이 코로나19로 경직된 상황이어서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따라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미·중 갈등은 미 법무부가 21일 중국인 해커 2명을 코로나19 백신 등 중요 정보 탈취를 장기간 노려왔다며 기소해 이미 격화되고 있었다. 이들은 2009년부터 10년 넘게 미국 정부부처와 방위산업체, 제약회사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을 펼쳐온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중국인 해커 리샤오위와 둥자즈를 컴퓨터 사용 사기, 신원 도용 등 11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해커들은 미국 한국 독일 일본 등 11개국에서 첨단기술, 의료장비, 안보, 에너지 등 피해 규모가 수억 달러에 이르는 정보들을 빼내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군사무기 정보와 미국 중국 홍콩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가 이력도 포함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들 범행 중 일부가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MS)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의 조선·엔지니어링 회사를 비롯해 호주 방산업체와 독일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도 피해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공소장에서 “이제 중국은 러시아 이란 북한과 나란히 사이버 범죄자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부끄러운 무리에 속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성실하게 얻은 지식재산권을 노리며 만족할 줄 모르는 중국 공산당의 갈망을 채워주려는 해커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황당할 뿐”이라며 “우리는 이미 최고 수준의 연구진과 백신 연구개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도둑질로 우위를 선점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 정부에서 최근 서비스 금지 압박에 시달려온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이날 향후 3년간 미국에서 1만명을 고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C&K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