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다음달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미국 민주당이 집권 시 정책 방향을 담은 정강(platform) 초안을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대외 정책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의 공식적 폐기를 내세운 것이다. 그 대신 전통적 외교 정책의 근간인 동맹을 재창조하고 국제기구에서 주도권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미국 리더십을 재건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 방향의 외교 정책을 내세워 미국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민주당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건강한 민주주의, 공정한 사회, 포용적 경제가 미국의 국외 리더십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라고 믿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로 미국을 홀로 서게 만들었고, 미국의 명성과 영향력은 누더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동맹들을 배신하고 독재자들 편에 섰다”고 맹비난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내세운 최우선 과제는 `동맹 재창조`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폄하가 적성국들이 꿈꾸던 방식이었다면서 미국의 동맹 시스템이 냉전 종식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들을 공격하는 한편 러시아를 주요 7개국(G7) 체제에 포함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위협한 점도 대표적인 동맹 약화 사례로 거론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반도에서 핵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그는 방위비를 극적으로 증액하기 위해 동맹 한국을 갈취(extort)하려고 노력했다”며 “우리는 동맹국들이 자위 능력을 강화하고 역내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지도록 장려하겠으나 결코 동맹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맹 재창조와 함께 민주당 대외 정책의 또 다른 축은 국제기구를 통한 리더십 회복이다. 민주당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인권이사회(UNHRC), 유엔인구기금 등의 재가입을 공약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외면해온 기후변화, 난민과 인권 문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저지 등을 위해 국제 공조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 세계 주요 권역별 외교 정책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단 중국에 대해선 강경한 자세를 유지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민주당 집권 시 중국에 대한 유화 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우리는 경제, 안보, 인권 등에서 중국 정부를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 비핵화 방법론에서는 다소 소극적이고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우리 동맹들과 함께, 그리고 북한과의 외교를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과 호전성에 의해 제기된 위협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강 초안에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강화나 군사적 압력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집권하면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전략적 인내`로 회귀해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도 중단될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도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한 셈이지만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장기 목표`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트럼프 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북한 주민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지하되 북한 정권이 엄청난 인권 침해를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날 공개된 민주당 정강 초안은 총 80쪽 분량으로 경제·사회·외교 등 각종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대의원을 상대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정강은 다음달 17~2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