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송사 늘면서 ‘소송 금융업(litigation finance)’ 뜬다 법적비용 대주고 승소하면 배상금 나눠

현재의 경기 침체 속에서 지난 2008년 경기침체기에 시작된 업종 하나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 업종은 큰 수익을 원하는 부유한 투자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송 금융업’(litigation finance)이 그것이다. 일반에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업종은 유혹적인 두 자리 수의 수익을 앞세운 고위험 투자전략이다. 이 업종에는 상장 거대기업들도 있지만 아직은 프라이빗 에퀴티 스타일 펀드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펀드는 소송 케이스에 투자를 해 법률회사들을 지원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금융 중재인으로 역할을 하면서 수익을 챙겨간다.


건물 방역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물주들을 상대로 한 소송 등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소송들일 수도, 또 경제적 기회가 줄어들고 비즈니스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상황들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송들에 대한 지원일 수도 있다. 소송 금융 펀드들은 성공적인 승소를 위해 송사를 지속하기엔 한 쪽의 자금이 너무 부족할 경우 개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분야는 30% 혹은 그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자금 지원을 원하는 소송의 종류와 법률업체들은 다양하다. 투자가들의 성격도 그렇다. 부유한 개인이나 가족이 있으며 대학의 재단 혹은 독립적 펀드들도 있다. 소송 금융 펀드는 송사를 부추기기위한 것이 아니라고 펀드 매니저들과 투자가들은 말한다. 상대해야 하는 대기업들에 비해 자원이 턱 없이 부족한 비즈니스들과 법률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인 펜워터의 파트너인 빌 패리젝은 자신의 순 자산 중 3분의 1은 소송지원 펀드를 전문으로 하는 렉스쉐어즈에 투자돼 있다고 밝혔다. 금년 59세인 패리젝은 “소송에서 고소-피고소인이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라며 “이 펀드들은 소송에서 약한 쪽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그와 남동생 존 패리젝은 렉스쉐어즈를 통해 소송 금융 투자를 49차례나 했다. 그는 “소송 가운데 25%를 패소해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한다 해도 상당히 견고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그는 32건의 케이스가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그동안 4건의 케이스에서는 돈을 잃은 반면 13건의 케이스에서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 분야의 두 거대기업은 옴니 브리지웨이와 버포드 캐피탈이다. 그러나 이 업계는 변변치 않은 펀드들이나 기금이 없는 스폰서 혹은 그룹들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케이스를 찾은 후 투자 자금을 모집한다. 렉스쉐어즈도 2014년 펀드 없는 스폰서로 시작했다. 큰 기업들은 연금 펀드나 독립적 자산관리 펀드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렉스쉐어즈는 개인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았다. 이들은 투자가능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이 되거나 연봉 20만 달러 이상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에 2,500만 달러를 모은 후 2년 후에는 두 번째로 1억 달러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70%의 승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펀드들처럼 소송 펀드들 역시 관리 수수료와 함께 합의금 혹은 배상금의 상당 부분을 받는다. 액수는 승소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펀드들은 소송 당사자들로부터 얼마를 받을지 미리 협상하며 퍼센티지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소송 해결에 얼마나 걸리는지에 따라 투자금의 몇 배를 받을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가령 3년이 걸린다면 투자금의 3배를 요구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투자금은 소구할 수 없는 돈이다. 만약 케이스에서 질 경우 개인·업체나 법률회사는 투자가들에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기업이나 법률회사로서는 자본을 충당하면서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가들로서는 많은 케이스에 분산 투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패리젝은 자신은 케이스 당 2만5,000달러 이상은 투자하지 않는다며 “25만 달러 이상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긴 케이스도 있었지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샌디에고에서 마케팅 업체를 운영하는 피터 수아레즈는 단일 케이스들에 투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펀드로 눈을 돌렸다.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게 점점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이후 47건의 케이스에 투자했다, 그의 전체적인 수익률은 38%였다. 하지만 이제는 소송 금융 투자를 점차 줄이고 있다며 “나는 5건 패소했는데 패소 때마다 거기에 쏟은 돈 모두를 날린다”고 푸념했다.


또 한 가지 접근 방식은 법률회사의 케이스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것이다. 법률회사는 여러 건의 비즈니스 소송을 ‘컨틴전시 성공수익(contingency)’으로 담당하고 있을 수 있다. 보상에 비례, 투자이익을 나누는 것. 시간당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회사로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회사는 기대 수익의 일부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소송 금융 펀드에 접근할 수 있다고 이 분야 초기진출 업체인 밸리더티 파이낸스의 설립자 랠프 서튼은 말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 같은 업체들은 보통 법률회사 지원액의 다섯 배 정도 액수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이후 이런 펀딩을 원하는 법률회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회사들이 경기침체기에 자산 유동성을 걱정하는 데다 소송당한 기업들은 고액의 법률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10개국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옴니 브리지웨이의 경영자인 앤드류 세이커는 미국에서 소송 금융에 대한 관심이 1년 전보다 3배가량 늘었으며 세계적으로도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더 크기 때문에 미국 내 관심이 더 높은 것이며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송 시장으로 그 다음 시장인 영국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테리움 캐피탈의 경우 평소에는 리뷰하는 케이스들 가운데 3~5%에 펀드를 지원한다고 이 회사 경영자인 에릭 블라인더맨은 밝혔다. 그러나 케이스 볼륨들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더 선별해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블라인더맨은 덧붙였다. 그는 최소한 승소 확률이 70%가 되고, 일정 시간 내에 해결이 돼야 하는 것은 물론 패소한 측이 판결 받은 액수를 낼 능력이 된다고 판단이 서야 투자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존하려면 절제력이 있어야 한다. 동전 던지기로 돈을 댈 수는 없다. 가능성에 투자하지는 않는다”고 투자 원칙을 설명했다.

C&K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