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격랑에 휩쓸린 미국 유학

세계가 팬데믹으로 아직도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은 나라 중의 하나라는 불명예를 안은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이 부적절하고 정직하지 않은 연방 정부의 대응 탓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팬데믹으로 미국 실업인구는 2000만을 훌쩍 넘어버렸다. 게다가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은 미국을 분노와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야만적인 인종 박해와 차별에는 불편함을 표한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필살기 카드 중 하나를 꺼낸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들의 힘을 다시 호출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의 64%가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들이다. 대통령은 그들의 적을 규명하고, 그 적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시원히 혼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표심을 다시 불러모으려 한다. 이렇게 마녀 사냥을 위해 선택된 집단은 외국인, 중국인,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반 중국, 반 진보주의 정책은 모든 정치인이 그렇듯 그의 표밭의 정서를 대변한다. 올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법에 관한 연이은 정책 발표가 가장 혼란스럽다. 상처를 가장 많이 입은 사람은 F-1 비자로 미국에 유학 중이거나 유학하려는 외국인 학생들이다.

CNN 기고자인 저널리스트 질 필리포빅 씨는 트럼프 행정부가 학생들을 숙청하고 있다고까지 표현한다. 2020년 5월 23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곧 외국인 학생들이 대학 이상을 졸업한 뒤 같은 비자를 유지하면서 미국에서 일을 하며 경력을 쌓는 프로그램인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에 대한 제한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오기 한 달쯤 전인 2020년 4월 22일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의 이민 비자 발급을 잠정적으로 연기토록 하는 60일 간의 중지명령을 내렸다.

비 이민비자 중에서 외국인의 고용을 다루는 H1B 비자(학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외국인을 위한 비 이민 취업비자)와 OPT가 논의의 중심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 두 제도는 미국 유학생들에게 미국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주요한 통로다.

이어 2020년 5월 29일 백악관은 중국의 과학 계통 학생들이 미국에서 지적재산과 기술을 ‘도적질(steal)’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학생에게 특정 분야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 학생비자 (F visa)나 교환 학생비자(J visa)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됐거나 관련 대학 출신인 수천명의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이런 강경한 입장 저변에는 미국 노동시장 보호란 이유 외에도 강한 반중 정책이 깔렸다.

코로나 사태로 흩어진 민심을 반중 정책과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다시 모으려는 것이 미국 공화당의 대선 정책이라고 정책전문 폴리티코지는 해석한다.

아직까지 OPT 프로그램은 계속 명맥을 유지하게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6월 22일 △4월 22일 발효된 이민비자 발급 중단 명령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추가로 H-1B (전문직 취업 비자), H-2B (농업 용역 임시 노동자), J (교환 학생, 학자, 인턴, 트레이너) 그리고 L (주재원) 비자의 입국도 올해 말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출처 : 국민이주▶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무엇보다 2020년 7월 6일 100만명이 훨씬 넘는 미국 유학생들과 미국 교육계를 거의 혼비백산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SEVP (학생과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에서 내놓은 2020년 가을 학기에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대학교 유학생들은 당장 미국을 떠나라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떠나지 않으면 추방하겠다고 했는데 한국 유학생은 5만명 정도다.

이 당혹스런 정책이 발표되자 유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학계는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미국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유학생이 100만명을 훨씬 넘는다. 전면 온라인 수업을 발표했던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 는 발표 이틀 후 매사추세츠 연방 지방법원에 행정 집행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200여 미국 대학과 구글, 페이스 북, 트위터 등 IT 기업들이 법원에 하버드와 MIT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해당 가처분 신청 법정에 제출해 하버드와 MIT의 입장을 지지했다. 캘리포니아의 주립대학들도 같은 내용의 가처분 신청 소송을 냈다.

메사추세츠 주를 포함한 17개 주 법무 장관들도 이번 정책에 반대하는 별도 소송을 트럼프 행정부에 제기했다. 7월 14일 하버드 대학과 MIT의 가처분 신청 첫 심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8일 전의 결정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유학생들은 안심하고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게 됐지만 온라인으로만 수강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외국 유학생들은 비자 제한조치를 당할 예정이다.

유학생들을 향한 터무니없는 탄압의 이유가 뭘까. 지속적인 H1B와 OPT 제한에 대한 논의의 배경은 중국에 의한 국방 위협과 외국인들에게 빼앗기는 자국민의 일자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의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는 세계가 공유하는 사실과도 싸우고 버티는 형국이다. 같은 맥락으로 트럼프는 가을학기 대학들이 캠퍼스를 열고 개강해서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느끼게 해 재선길목을 정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하버드와 MIT를 포함한 많은 대학이 가을 학기 수업을 전면 온라인으로 하겠다고 발표하나 심사가 튀틀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을 주고자 한 대상은 유학생들이라기 보단 대학이었던 것 같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은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이들이 반감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지지층이 아닐 확률이 높은 대학과 대학교육을 받은 엘리트 계층을 공격한다.

둘째, 유명한 대학과 유학생이 많은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매사추세츠주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진보세력의 대표적인 곳이다. 그러나 유학생과 대학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은 사회 전반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해 8일만에 백기를 들었다.

영어권 국가 중 유학 희망국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순으로 미국은 지금까지 전 세계 학생들에게 가장 교육받고 싶은 나라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그런데 유학정보회사인 IDP 에듀케이션사에서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영어권 국가 중 유학 선호도 마지막 국가라는 결과가 나왔다.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코로나 사태로 미국 유학을 재고하거나 적어도 연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불러온 8일간의 악몽으로 학생들의 불안과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싹텄다.

14세부터 11년간 미국에서 유학한 한 대학원생은 유튜브에서 “부모가 하라는대로 다 했는데 이유도 없이 벌을 받은 느낌”이라고 상처받은 마음을 토로했다.

사진 출처 : 국민이주▶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이주 이지영 외국변호사]

C&K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