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왓센 남쪽 위치한 ‘포인트 로버츠’
국경봉쇄로 사실상 ‘가택연금’ 처지
여전히 미국에서 하루에 5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와중에도,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미국 마을이 있다.
바로 BC주 트왓센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구 약 1500명의 작은 마을 포인트 로버츠(Point Roberts) 이야기다.
포인트 로버츠는 북쪽으로는 캐나다와 만나고 나머지 3면은 바다로 둘러 쌓여 있어 지도를 보면 캐나다 땅으로 보기 쉽지만, 엄연히 워싱턴주에 속해 있는 미국 영토이다.
캐나다가 자치령이 되기도 전인 180년 전, 미국과 영국이 협의 끝에 영국령 캐나다-미국의 국경을 위도 49도로 정하게 됐는데, 포인트 로버츠는 미국이 아닌 캐나다 영토와 붙어있음에도 위도 49도 남쪽으로 손톱처럼 삐져 나와 있기 때문에 미국령에 속하게 된 것이다.
미국 영토지만 미국과는 떨어져 있고 캐나다와 붙어있는 특이한 지리적 상황 때문에, 포인트 로버츠는 경제 활동도 캐나다 관광객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이곳만의 색다른 분위기와 멋진 바다 풍경으로, BC 주민에게도 인기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3월 중순부터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도 폐쇄되면서, 포인트 로버츠의 국경 역시 굳게 닫히게 됐다.
포인트 로버츠에서 미국 본토를 밟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해서 바다를 건너지 않는 이상 캐나다 국경을 한번은 넘어야 하기 때문에, 국경 봉쇄로 인해 1500명의 거주민들은 필요한 물품조차 쉽게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캐나다 관광객도 끊겨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되자 이 지역 주민들은 포인트 로버츠만큼은 국경 봉쇄 조치에서 면제해줄 것을 양국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포인트 로버츠의 크리스토퍼 칼튼(Carleton) 소방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저스틴 트뤼도 총리에게 “포인트 로버츠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음에도 가택연금과 다름없는 현재 상황으로 인해 주민들은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보내기도 했지만, 아직 별다른 답변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C주 존 호건 수상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포인트 로버츠의 사정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내긴 했지만, 국경 봉쇄에 대한 결정은 연방 정부의 몫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