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이루기 힘든 사랑을 한 젊은 남녀의 러브 스토리가 후폭풍을 낳고 있다. 무슬림 이민자 집안의 10대 소녀가 기독교 신자인 남성과 연애했다는 이유로 부모가 딸을 때리고 머리를 깎아버렸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가 부모를 아동학대죄로 체포한 다음 본국으로 추방했다. 지난주 10대 무슬림 소년에 의해 프랑스인 교사가 참수된 사건이 벌어진 이후 프랑스 정부가 무슬림의 불법 행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며칠만에 나온 조치다.
24일(현지 시각) 뉴스채널 BFM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동부 도시 브장송에 사는 보스니아 출신 이민자인 무슬림 5명을 이날 본국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추방된 이들 중에는 부부가 한 쌍 있으며, 나머지는 부부의 친척들이다.
부부는 지난 8월 17세인 딸이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놀랐다고 한다. 곧이어 딸의 남자친구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세르비아 출신 기독교도인 20세 남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격분했다고 한다. 부부는 딸을 구타하고 머리를 밀어버렸다. 소녀의 삼촌과 숙모 등 친인척 3명도 부부가 딸을 학대하는 데 가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녀의 머리는 60㎝가 넘을 정도로 길었지만 싹둑 잘렸다고 한다. 경찰이 소녀를 병원으로 옮길 때 갈비뼈가 부러진 채 온몸이 멍 투성이였다고 브장송 지역 언론이 보도했다.
이 사건 당사자인 17세 소녀의 가족은 2년전 보스니아에서 이주해왔는데, 보스니아와 소녀가 사귄 남성의 본국인 세르비아는 철천지 원수 사이다. 1992~1995년 사이 세르비아와 보스니아는 전쟁을 벌여 10만명 이상 숨졌다. 특히 보스니아의 무슬림들이 많이 희생됐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사이는 단순한 종교 갈등 이상의 원한이 사무쳐 있다.
브장송 지역 언론에 따르면, 같은 아파트에 살던 두 가족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소녀가 결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부모가 딸이 사귀는 남성의 신원을 알게 되자 결국 폭행과 삭발까지 이어졌다. 부모는 “어떻게 무슬림이 기독교도와 결혼할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며 격분했다고 한다. 소녀가 구타당하고 집에 감금되자 세르비아 출신 남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여성의 머리를 깎는 것을 야만적인 행위로 여긴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충격을 표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차 대전 당시 점령군이던 독일군이나 나치 남성과 교제하며 ‘이적 행위’를 한 여성에 대해 전쟁 후 머리를 깎아버리는 벌을 준 적이 있다. 여성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형벌로 여겼기 때문이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트위터에 “딸을 비겁하게 폭행한 이들을 본국으로 쫓아냈다”고 썼다.
프랑스 정부는 보스니아 소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하기로 했으며 성인이 된 후 프랑스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