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이 정보수집하고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개입” 캐나다 발칵

캐나다에서 중국 공자학원이 벌인 공산주의 선전과 정보수집 활동이 폭로됐다.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코퀴틀람시에 설치된 공자학원의 수상한 활동에 관해 보도했다.

당초 방과후 수업만 하기로 했는데,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개입하는 월권행위를 벌였고 중국에서 파견한 교사들을 통해 현지 정치동향 염탐까지 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중국 베이징의 공자학원 본부와 코퀴틀람 교육청 사이에 오고 간 이메일, 회의 일정표, 협의서 등 내부문건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공자학원, 단순한 교육기관 아닌 간첩 기지로 비판

지난 2004년 설립된 공자학원은 ‘중국 언어·문화 보급기관’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중국어 교육을 내세운 간첩 활동 중심지로 지목되고 있다.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기관인 국가한반은 중국 공산당 중앙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 산하 국가기관이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통전부를 “공산당의 승리를 이끄는 중요한 마법 무기”라고 지난 2017년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각국에서는 공자학원이 현지 중국인 유학생·연구원을 감시하고 간첩으로 포섭하거나, 직원·교사들이 직접 간첩활동을 벌인다는 지적과 증거 제시가 잇따르고 있다.

글로브앤메일 보도에 따르면, 코퀴틀람 공자학원에서도 중국 베이징의 공자학원 본부의 지시를 받아 캐나다에서 공산주의 선전과 첩보활동을 벌였다.

중국 지도부(베이징)가 공자학원을 통해 정치선전을 진행해왔음을 보도한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메일 기사 | 화면 캡처

캐나다 초·중·고에 중국어 정규수업 개설

코퀴틀람 공자학원은 지난 2008년 코퀴틀람 교육청(43학군)과 중국 통전부 국가한반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설립 당시 공자학원에서는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배울 수 있다”며 “전통 회화, 무용, 쿵푸 등 방과후 수업을 운영한다”고 홍보했다. 정규 교육과정 개설은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브앤메일이 입수한 문건에 의하면 공자학원은 방과후 수업뿐 아니라 정규 핵심 교육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코퀴틀람 초등학교에 중국어 수업을 개설하고 경비 일체와 교재를 지원한 것이다. 이후 월튼 초등학교, 스캇 크릭 중학교 외에 여러 고등학교에 이중언어 교육과정으로 중국어 몰입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지난 2017년 한해에만 3500여 명이 공자학원 수업을 이수했다.

문제는 공자학원에 사용하는 교재가 중국에서 제작한 것이며, 공자의 사상을 왜곡하고 중국 공산당과 공산주의 혁명을 찬양하는 내용을 가르친다는 점이다. 마오쩌둥을 태양에 비유해 찬양하는 노래 가사를 가르치고, 은연중에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하는 내용도 있다.

베이징 본부가 직접 정보 수집 지시

코퀴틀람 공자학원의 ‘월권행위’는 교육과정 개입만이 아니었다.

글로브앤메일이 입수한 공자학원 ‘내부 심사표’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의 공자학원 본부(통전부 국가한반)는 현지 정치 상황, 지방정부 및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동향, 공자학원에 대한 태도 등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보고서 형태로 된 이 문서 서식을 보아 해당 지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자학원에 비슷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추측됐다.

또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업이 각 지역 공자학원 설립을 지원한 내역도 보고하도록 했다. 통전부-기업-공자학원 등이 합작해 공자학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 전 국장 워드 엘콕은 글로브앤메일과 인터뷰에서 “이런 내부 심사표는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완전히 장악, 관리한다는 의미”라며 “이는 중국이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의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엘콕 전 국장은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은 갈수록 강화된다. 공자학원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런 적나라한 내부심사기준은 공자학원의 배경이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6월 20일(현지 시각) 호주 멜버른 RMIT대학에서 개최된 호주 최초의 한의학-공자학원 개원식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당시 중국 국가부주석)가 현판을 공개하고 있다. | WILLIAM WEST/AFP/Getty Images=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재정 지원, 중국어 교사 파견

공자학원은 전 세계 162개국에 공자학원 541곳, 공자학당 1170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정부에서 운영비를 지원한다.

글로브앤메일이 입수한 코퀴틀람 교육청이 국가한반과 체결한 협의서에 따르면, 중국은 공자학원 설립자금으로 약 2500만 원을 제공하고 해마다 약 6천만 원의 경비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중국어 교사의 급여, 출장경비, 수만 권에 달하는 교재도 모두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각국에서는 저렴한 수업료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끌어당긴다. 코퀴틀람 공자학원의 경우 중국어 방과후 수업료는 학기당 약 3~4만원 선이었다. 부족한 운영비용은 중국 정부에서 차액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직접 채용한 중국어 교사를 파견하고, 직원을 보내 공자학원을 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코퀴틀람 교육청-중국 국가한반 간 협의서에는 베이징 공자학원 본부에서 중국어 교사를 직접 채용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다.

코퀴틀람 교육청 켄 호프 대변인은 “중국은 중국어 교사를 베이징에서 파견하지 않고 현지에서 모집했다고 주장했지만, 영국 영사관 사이트 링크트인(Linkedln) 기록에 의하면 공자학원에서 근무하는 중국어 교사 중 최소 2명은 최근까지도 중국에서 일했던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자학원 본부는 코퀴틀람에 5명의 직원을 파견해 공자학원 사업을 컨설팅하고 미래발전목표를 수립하도록 했다. 컨설팅 일부 과정에서는 중국 영사관에서 보낸 대표 2명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캐나다에서는 “공자학원을 캐나다에서 내쫓을 때가 됐다”는 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7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맥마스터대는 서방국가로는 최초로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공산주의 이념을 침투시키며, 교사 채용에서 파룬궁 수련자를 차별하는 등 민주와 평등을 존중하는 캐나다의 이념을 위배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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