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1월 장난전화에 속아 넘어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장난전화를 건 범인들은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인 것처럼 총리를 속였다고 영국 BBC가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런 장난을 친 이들은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다. 이들은 이전에도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외무장관에게 아르메니아 총리인 척 장난전화를 걸어 속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 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총리는 자신을 툰베리라고 소개한 일당이 던진 나토와 세계 평화,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대답했다.
통화는 “그레타, 안녕하세요?”라는 총리의 인사로 시작한다.
이어 가짜 툰베리는 “총리님께서 격무에 시달리고 계시고 어린 소녀와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커지고 있는 국제적 위기가 매우 염려스럽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통화가 있기 전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가 격추되는 사고가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군부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폭살한 뒤 양국 관계가 최악의 긴장 상태로 치달았을 때다. 나중에 이란군의 오인 실수로 밝혀진 이 사고로 캐나다인 57명이 희생됐다.
트뤼도 총리는 가짜 툰베리에게 “이 문제로 매우 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 툰베리는 트뤼도를 비롯해 각국 지도자들이 “어른인데도 애들처럼 굴고 있다”며 “나토를 떠나세요. 무기를 내려놓고 그 대신 꽃을 들어 자연을 향한 미소를 지으세요”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에 “당신의 관점과 열정적인 말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가짜 툰베리가 욕설을 섞어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트뤼도는 “다른 나라의 국민들이 선택한 지도자와 일하는 것이 나의 본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트럼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격정적으로 느낀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캐나다 총리실 측은 “총리는 장난전화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끊어 버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가 러시아 정보국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일을 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