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싫다’ 캐나다에서 뜨고있는 쇼핑사이트

지역 소상공인 사이트 바로 연결해주는 ‘낫 아마존’, 따뜻한 소비로 큰 호응

 캐나다의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전히 생존을 위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계속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토론토에서 어머니를 도와 ‘두스 프랑스(Douce France)’라는 프랑스산 음식 판매점을 운영하는 모건 사바에게 놀라운 일이 생겼다.

갑작스럽게 증가한 주문량의 79%가 ‘낫 아마존’이라는 곳에서 들어온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비슷한 일이 할리펙스의 빈티지 장식품 가게 ‘더 레몬 숍(The Lemon Shop)’ 주인 나데네 길리스에게도 일어났다. 느닷없이 가게 웹사이트 방문자가 늘어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난 11일자 캐나다 CBC뉴스의 기사 “캐나다 전역의 지역 사업체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애쓰는 웹사이트 ‘낫 아마존'(‘Not Amazon’ website seeks to boost local businesses across Canada)”에 실린 이야기들이다.

이런 일들을 가능케 한 건 토론토에서 소셜 미디어 관리자로 일하는 ‘알리 하버스트로(Ali Haberstroh)’라는 한 여성이었다.

온라인 쇼핑도 ‘지역 상권’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이 계속 되는 가운데, 거대 온라인 쇼핑 회사 대신 지역 소상공인을 소개하는 쇼핑 사이트 '낫 아마존'이 캐나다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이 계속 되는 가운데, 거대 온라인 쇼핑 회사 대신 지역 소상공인을 소개하는 쇼핑 사이트 “낫 아마존”이 캐나다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낫아마존 홈페이지

토론토가 두 번째 부분봉쇄에 들어가기 바로 전날인 11월 22일, 알리 하버스트로는 지역상점들을 온라인으로 손쉽게 이용하고자 상점명을 카테고리별로 나누고 그 웹사이트 주소를 표로 정리한 뒤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100명 남짓의 사람들이 보리라 생각했던 그녀는 예상 밖의 폭발적 반응을 접한 뒤 그 표를 웹사이트 형식으로 전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낫 아마존’은 그렇게 탄생했다.

웹사이트 ‘낫 아마존’에는 지역별 소규모 사업체들이 핸드메이드, 커피와 차, 일반 상점, 음악, 빈티지, 어린이와 아기 등의 항목 아래 정렬돼 있다. 각 상점을 클릭해 들어가면 바로 해당 웹사이트로 연결돼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이라 하면 습관적으로 대형 쇼핑몰을 찾는 이들의 소비패턴을 지역상권 위주로 변환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오래되고 유명한 레스토랑이 오랜 고심 끝에 문을 닫게 되었다는 뉴스가 지역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고, 동네의 익숙했던 가게가 어느날 갑자기 불 꺼진 채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반면,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위기가 곧 기회가 돼 오히려 호재를 누리는 온라인 대기업들도 있다. 인터넷 종합 쇼핑몰 아마존은 그중 하나다.

‘낫 아마존(Not Amazon)’이라는 이름에는(아마존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창시자 알리 하버스트로의 바람이 오롯이 담겨있다. 크리스마스와 신년 기간에 사람들이 아마존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대신 지역 상점들을 이용하도록 독려하기 원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지역상점들이 파산하는 일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또 다른 매체인 ‘NOW 매거진’을 통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는 올해 충분한 돈을 벌었어요. 제 목표는 아마존 쇼핑이 더 편리하다는 변명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쇼핑 기간에(이 기간이 지나서도) 대기업이 아닌 지역상점들을 이용하도록 하는 거예요.”

사이트에는 장식적인 부가기능이 거의 없으며 최대한 간단하게 ‘사용자 편리성’에 초점을 둬 만들어졌다. 알리 하버스트가 사이트를 통해 얻는 수익은 전무하다. 그녀의 바람은 BIPOC(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ur, 백인이 아닌 인종을 가리키는 말), 즉 흑인과 유색인종, 원주민 및 장애인 소유의 사업체들을 부각시키는 공간을 창출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소규모 지역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 혹은 그 사업체가 ‘낫 아마존’에 등록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온라인 양식을 제출할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사업체명, 웹사이트 주소, 사업 카테고리, 해당 도시명, 사진 한 장만 입력하면 된다. ‘낫 아마존’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값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광고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주 만에 10만 뷰 돌파… 소상공인들 “한 줄기 빛”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이 계속 되는 가운데, 거대 온라인 쇼핑 회사 대신 지역 소상공인을 소개하는 쇼핑 사이트 '낫 아마존'이 캐나다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이 계속 되는 가운데, 거대 온라인 쇼핑 회사 대신 지역 소상공인을 소개하는 쇼핑 사이트 “낫 아마존”이 캐나다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낫아마존 홈페이지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만들어진 ‘낫 아마존’은 불과 3주 만에 10만 뷰를 넘어섰다. 입소문을 타고 토론토 지역에서만 500개의 상점들이 리스트됐고, 곧 다른 도시들에서도 지역상점을 사이트에 올릴 수 있는지 문의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할리팩스, 밴쿠버, 캘거리에 이르는 1500여 개의 지역상점들이 추가됐다.

‘더 그린 자(The Green Jar)’라는 친환경 세척용품 가게 주인 타니스 번디와 여동생은 팬데믹이 강타하자 재빨리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체를 운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토론토가 두 번째 부분봉쇄에 들어가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됐다. 그나마 ‘낫 아마존’에 가게 이름이 올려진 후 550%가량의 온라인 판매량 증가를 보게 됐다. 번디는 ‘낫 아마존’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소규모 업체들이 지지받는 공간이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고 한다.

‘더 레몬 숍’의 나데네 길리스는 ‘낫 아마존’을 통해 어떤 이가 처음 바느질 가방을 주문했던 그때를 ‘마음이 따스해진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낫 아마존은 소규모 사업자인 제게는 한 줄기 빛이에요. ‘이것 좀 봐. 사람들이 지역상점을 지지하고 싶어해’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최근 캐나다 연방정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소규모 업체의 56%가 두 번째 봉쇄에서 쉽사리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답했다고 한다. 요즘 같은 크리스마스와 신년 기간은 북미에서 일년 중 가장 쇼핑량이 폭등하는 시기다. 또다른 조사에 의하면, 71%의 캐나다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시즌에 온라인 쇼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지역 소규모 업체를 이용한다면, 팬데믹으로 인해 외줄타기 중인 자영업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알리 하버스트로는 말한다. 풍부한 문화의 도시 토론토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규모 상점들이며, 시민들 스스로가 그들을 보호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팬데믹 기간 동안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모두가 우려하는 사실이지만 그녀는 우려가 더이상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고, 그 행동이 다른 많은 이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낫 아마존’이 이번 쇼핑시즌이 지나도 계속해서 널리 공유되기를 바라는 알리 하버스트로의 마음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반응하기를 기대한다.

Not Amazon은 개인이 사업을 지역사회에서 활성화 시키기 위한 웹사이트로, 이는 웹 사이트의 양식을 작성함으로써 쉽게 누구나 판매자로 등록이 가능하다.

웹 사이트에 게시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해 웹사이트는 “요즘 하루에 수백 건의 비지니스가 등록을 위해 제출되어지는데, 현실적으로 검토에 3일 정도, 어쩌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공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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