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셰프’로 유명한 고든 램지에게도 2020년은 도전의 시간이었다. 한국에선 국내 맥주 광고 모델로 유명한 램지는 세계적 레스토랑 별점 가이드북인 미쉐린 스타를 16개까지도 보유했던 최정상급 요리인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레스토랑 영업에 제한이 걸린 올해, 그는 다른 온라인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짧은 동영상 전문 앱인 틱톡(TikTok)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틱톡에서 다른 이도 아닌 고든 램지가 당신의 요리 실력을 평가한다면 어떨까”라는 기사를 싣고 램지를 재조명했다. 틱톡을 새 플랫폼으로 삼은 램지의 독설 덕에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곤란을 겪은 젊은 셰프들도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램지의 독설과 만행은 유명하다. ‘헬스 키친’ 등 방송 프로그램에선 “이런 것도 요리라고 만들었냐 이 멍청아”라는 독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도전자들이 공들여 내놓은 음식은 먹고 바로 뱉어버리기 일쑤였다. 틱톡이라고 그가 개과천선한 건 아니다. 그 정반대로 여전히 ‘욕쟁이 셰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히려 젊은 셰프들이 해시태그로(#GordonRamsay)를 붙여 그를 소환한다. 그의 호평은 물론 비판을 받는 게 입소문이 되고 인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7년간 셰프로 일했지만 코로나19로 실업자 신세가 된 콜로라도주의 셰프 소니 허렐이 대표적. 그는 WP에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틱톡과 유튜브에서 370만명 이상이 나를 팔로우한다”며 “모든 게 램지의 독설 덕분”이라고 말했다. 성공의 레서피는 램지의 이런 독설이다. “이런 도넛같이 멍청한 놈” “오 마이 갓, 이 요리가 담긴 접시는 마치 식재료가 죽어 누운 관 같다” “이건 뭐냐 멍텅구리나 먹는 샌드위치냐” 등이다. 페이스트리 셰프인 존 머루지는 WP에 “램지의 독설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며 “램지는 그냥 램지일 뿐, 독설은 그의 스타일이고, 덕분에 내 인기도 올라갔다”고 WP에 말했다.
램지가 독설만 하는 건 아니다. “음 그래 팬 온도 좋네”라던지 “그 정도 소금이면 딱 좋아”라는 칭찬도 한다. 램지는 주로 요리사들이 보내온 영상을 오른쪽 화면에, 자신을 셀프로 촬영하는 영상을 왼쪽 화면에 두고 영상을 만든다. 셰프도 좋고 그 역시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는, 꿩 먹고알 먹는 식이다. WP는 “‘욕설 대마왕’인 램지도 때로는 칭찬을 한다”며 팬데믹 시대 젊은 셰프들이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