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로 들어섰다. 2020년이 역사상 처음 인구(내국인)가 줄어든 해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당초 통계청은 2021년이 인구 감소의 원년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그 시기가 1년 앞당겨졌다.
행정안전부가 3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2019년보다 2만여 명 줄었다. 다만 외국인 거주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총인구(내국인+외국인)는 이보다 늦은 2028년에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현격한 출생아 감소다. 지난해 신생아는 27만5815명에 불과했다. 2017년 처음 4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진 뒤 3년 만에 20만 명대로 진입했다. 출생아가 사망자(30만7764명)보다 적은 ‘데드 크로스’ 현상도 처음 나타났다.
인구절벽은 예측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인구학 전문가인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는 “2019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만 해도 이렇게 출생아가 급감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며 “인구절벽이 앞당겨지면 생산가능인구와 부양비 전망도 비관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는 2020~2025년 평균 내국인 출생아 수를 29만7000명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출생아 수는 그보다 2만여 명 적었다. 이에 따라 2020년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인구(내국인) 정점도 2019년으로 빨라졌다. 장래인구추계는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예측이 1년 앞도 못 내다본 것이다.
최진호 교수는 “일자리와 주거 불안정 등 문제로 비혼이 늘고 예상보다 출산율이 훨씬 떨어졌다”며 “그 결과 인구 정점이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출생아 수는 2020년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인 가구의 증가도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젊은층의 비혼 증가 등으로 2020년 1인 가구가 처음 900만(39.2%)을 돌파했다. 가뜩이나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0.92명)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혼 출산을 꺼리는 사회구조상 1인 가구의 증가는 곧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인구절벽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첫째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 잠재성장률을 낮춘다. 2019년 주상영·현준석 건국대 교수가 발표한 ‘한국 경제가 마주한 역풍’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3년 잠재생산능력이 매년 0.7%포인트씩 하락하고, 2024년 이후에는 1%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인구구조 변화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2020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둘째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총부양비가 급증한다.
생산가능인구 줄어, 3년 뒤면 잠재생산능력 매년 1%P 하락 가능성
총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유소년(0~14세)과 노년(65세 이상) 인구 비율로, 이 숫자가 많을수록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사회부담은 늘어난다. 2019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총부양비는 39.8명인데 2040년 79.7명으로 증가한다. 20년 후엔 경제 활동을 하는 국민 한 명이 먹여살려야 할 사람이 2배로 는다는 뜻이다.
보통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수명이 늘면 생산성이 떨어져 경제성장이 더뎌진다. 세수 역시 줄어 정부 재정도 악화된다. 조영태(인구학) 서울대 교수는 “충격이 본격적으로 와닿는 시점은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2030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년 부양비는 2020년 40명에서 2025년 46명으로 완만하게 늘다가 2030년(55명)·2035년(66명)·2040년(80명) 등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진다.
고령화는 사회구조 자체를 뒤흔든다. 1995년 평균연령은 31.2세였지만 2020년은 42.8세다. 조영태 교수는 “과거에 30대 초반이면 어른으로 대접받았지만 지금은 40대 중반은 돼야 한다”며 “해당 연령대에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이 달라지면서 사회 진출 시기도 늦어지고 정년도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