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6·25전쟁 참전 용사 빈센트 코트니(88)씨가 지난해 12월 현지에서 ‘패트리샤 전우들과 함께(With the Princess Pats in Korea)’라는 책을 냈다. 참전 용사인 그가 작년 6·25 70주년을 맞아 집필한 자전적 소설이다.
작품은 캐나다군이 부산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1950년 8월부터 중공군 5000명과 용감하게 맞서 싸운 가평지구전투(1951년 4월 24~25일)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조 도위(Joe Dowey)라는 16세 소년병의 눈으로 캐나다 육군 패트리샤 공주 경보병연대(PPCLI) 2대대 소속 참전 용사 800여명이 겪는 생사고락에 대해 썼다. 주인공은 학교를 자퇴한 뒤 크라이슬러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다 1951년 열여섯의 나이로 참전한 코트니씨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다. “사흘 꼬박 밤새우며 카펫처럼 납작해진 시체 위를 다녀야 했다” “배에 총을 맞고 쓰러진 동료의 피부가 초록빛으로 변해갔다” 등 전장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6·25 당시 한국으로 파견된 캐나다군은 2만6000명이다. 전사자가 516명으로, 참전국 중 다섯째로 많았다. 코트니씨는 본지에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아흔 줄에 접어든 전우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이어 “놀라운 노력과 무적의 정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국인들 덕분에 참전 용사들은 우리가 이룩한 성과에 자신감과 감사함을 갖는다”고 했다. 또 최근 국가보훈처 등이 마스크 11만장을 참전 용사들에게 배부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를 잊지 않아줘서 이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커트니씨는 방한 횟수가 40여회에 이를 만큼 캐나다 참전 용사 추모 사업에도 앞장서 왔다. 해마다 11월 11일 오전 11시면 전 세계가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도 그의 아이디어다.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명예 부산시민증을 받았고, 지금은 한국인 아내와 재혼해 온타리오주 윈저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