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무거운 마음으로” 호주의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수백만의 호주 국민들은 갑자기 페이스북이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페이스북 피드에 아무런 뉴스도 뜨지 않는 것이었다.
하룻밤 새에 페이스북은 호주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서 뉴스 콘텐츠를 보거나 공유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IT 대기업들이 뉴스 콘텐츠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법안이 호주에 제출된 데 따른 대응이었다.
페이스북은 불과 몇 년 새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창구가 됐다. 언론사에서 편집 관련 결정이나 채용 결정을 내릴 때에도 페이스북의 영향이 막강해지면서 페이스북을 “보이지 않는 에디터”라 부르기도 한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세계 최대의 뉴스 출처가 된 것일까?
페이스북, 호주 최대의 뉴스 출처가 되다
페이스북이 뉴스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SNS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로이터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국민의 최대 40%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봤다. 호주에서 페이스북이 뉴스를 위한 SNS/메시지 플랫폼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매체 업계에서는 IT기업들의 우위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다.
2018년 호주의 시장 규제 기구인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매체와 광고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ACCC의 조사 결과 IT 대기업들이 매체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과 이익의 가장 큰 부분을 챙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날 호주 매체에서 디지털 광고에 100호주달러(약 9만 원)를 쓸 때마다 81호주달러가 구글과 페이스북에게 돌아간다.
IT기업과 매체의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ACCC는 새로운 행동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행동강령 초안은 IT기업들이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것을 촉구하나 정확히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언론사들이 검색 결과나 뉴스 피드에 콘텐츠가 어떻게 등장하는지에 대해 IT기업들과 협상할 때 개별 언론사 단위가 아닌 전체 단위로 협상할 수 있게 했다.
페이스북의 뉴스 차단에 대한 호주 사람들의 반응
정부는 IT 대기업들이 언론사에게 “공정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주의 언론 산업이 고충을 겪고 있으며, 충분한 힘이 있는 언론은 민주주의와 공공의 이익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정당화되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뉴스 콘텐츠에 대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어떠한 법과 그러한 주장의 모든 근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해당 정책안에 반발하면서도 호주의 주요 3개 언론과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다.
공생 관계?
사람들이 뉴스를 페이스북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뉴스 생산자들과의 관계는 양방향적이다.
페이스북은 언론사가 페이스북과의 관계에서 더 많은 이익을 본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의 호주 법인 상무이사인 윌리엄 이스턴은 “언론사는 페이스북에 뉴스를 올리면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고 독자층을 확대하고 광고 매출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자발적으로 뉴스를 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호주 언론사 웹사이트에 50억 회의 조회수를 가져다줬으며, 이는 4억 호주달러(약 3400억 원)의 가치를 갖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로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이 SNS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뉴스며, 그중에서도 페이스북이 뉴스 관련으로는 가장 큰 SNS 플랫폼이다.
언론사 측은 독자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 언론인들은 페이스북이 언론사들로 하여금 기자들과 편집자들이 어떻게 하면 페이스북을 더 잘 쓸 수 있는지를 배우는 워크샵을 열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곧 투명성 문제가 불거졌다. 페이스북은 언론사에 알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변형시킨다.
페이스북의 뉴스 피드 알고리즘은 여러 차례 변경됐고 이로 인해 어떤 게시물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잘 안 됐다.
페이스북은 즉각적으로 편집권 측면의 변화를 지시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편집자’였다.
‘골대가 계속 움직인다’
뉴스 코프의 전직 SNS 에디터였던 이사벨 오더버그는 “아무런 예고나 이유도 없이 알고리즘이 변해서 정말 큰 좌절감을 줬다”고 BBC에 말했다.
“알고리즘의 변화는 웹사이트 접속량에 영향을 미쳤는데 대부분 정말 엉망이었다. 페이스북이 변화에 대해 설명하길 기다려야 했는데 페이스북이 이에 대해 항상 해명하는 건 아니었다. 권력이 누구에게 쏠려있는지는 늘 분명했다.”
BBC는 익명을 요구한 다른 호주 매체 출신의 기자 세 명과 이야기를 했다.
호주의 한 대형 언론사의 라디오 기자는 “골대가 계속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BBC에 말했다. 또한 페이스북에서 무엇이 가장 잘 먹히는지에 따라 매년 또는 매 2년마다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자들도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성공의 척도를 페이스북으로 삼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페이스북이 영상을 우선시하게 되자 뉴스룸에서도 뉴스 영상을 우선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수십 명의 비디오 프로듀서들이 고용되거나 기존의 기자들이 영상 트레이닝을 받게 됐다.
게다가 기사를 온라인과 SNS에서 보다 많은 클릭을 받을 수 있도록 헤드라인을 바꿔쓰는 디지털 프로듀서들에 대한 수요도 이미 존재하던 차였다.
익명을 요구한 기자들은 “오디오 기사는 SNS에서 안 먹힐 것이기 때문에 많이 공유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사를 써야 한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이제는 영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알고리즘에 맞지 않으면 기사의 퀄리티나 기사의 본질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골목대장 시절은 갔다’
언론 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옥스포드대학교 로이터연구소 소장 라스무스 닐슨은 페이스북의 ‘피드’ 포맷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보도와 뜬소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그러나 좋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닐슨 소장은 페이스북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성 매체가 외면하던 공동체들”을 더 잘 대변하는 뉴스 환경을 만들었다고 닐슨 소장은 덧붙였다.
로이터연구소의 연구 결과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 가량은 매일 적극적으로 뉴스 콘텐츠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아직까지 매체 업계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고 닐슨 소장은 주장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과제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뉴스를 전달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느냐는 것이다.
“예전처럼 언론이 구조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골목대장이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사람들이 언론에서 보는 것보다 더 흥미롭고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것들과 직접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