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시위 신경전’ 인도-캐나다, 백신으로 관계 개선 모색

인도 ‘농민 시위’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던 인도와 캐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을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섰다.

16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과 캐나다 CTV 등에 따르면 인도에서 생산되는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조만간 캐나다에 공급된다.

인도 제약업체 세룸 인스티튜트(SII)의 최고경영자(CEO) 아다르 푸나왈라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캐나다의 백신 사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SII는 한 달 이내에 코비실드를 캐나다로 실어 보낼 것을 확약한다”고 밝혔다.

코비실드는 SII가 인도에서 위탁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이름이다. SII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신 공장을 운영 중이다.

SII의 이 같은 공개적 약속은 지난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코로나19 백신의 차질 없는 공급을 약속받은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전화 통화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양국의 공동 가치를 확인하면서 외교적 긴장을 해소키로 했다고 양국 언론이 전했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5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1차로 캐나다에 공급된다고 보도했다.

두세 달 전만 하더라도 인도 농민 시위와 관련해 갈등을 빚었던 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30일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에서 지속 중인 농민 시위와 관련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자 인도 외교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트뤼도 총리의 언급에 대해 “민주국가의 국내문제와 관련한 발언으로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또 외교부는 인도 주재 캐나다 대사를 불러 “트뤼도 총리의 발언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항의했다.

인도 일각에는 이번 농민 시위에 시크교 분리주의자 등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

특히 인도 정부 내에서는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에 사는 시크교도들의 표를 의식, 시크교 급진주의자들에게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점에 반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뤼도 총리는 2018년 8일간 인도를 국빈 방문했지만, 인도 정부 고위 인사와의 일정은 하루밖에 배정되지 않는 등 사실상 ‘홀대’를 당하기도 했다.

와중에 캐나다에서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트뤼도 총리가 인도에 ‘SOS’를 친 셈이다.

캐나다 정부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총 2천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기로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 등 주요 코로나19 백신 공급사들의 생산 차질과 물량 축소가 잇따르면서 캐나다 정부는 백신 수급 및 접종 지연에 따른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캐나다 보건당국도 진행 중인 승인 절차를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도는 전세계 백신의 60%가량을 생산하는 의약품 제조 강국으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 이웃 나라는 물론 브라질, 모로코 등 여러 나라로 공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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