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운전면허청이 직원의 허리 둘레를 기준으로 재택근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과 더 미러에 따르면 웨일스 남부 스완지에 위치한 영국 운전면허청은 최근 허리 사이즈에 대한 질문이 담긴 이메일을 여러 직원에 보냈다.
운전면허청은 메일에서 재택근무자의 사무실 복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허리 사이즈를 조사하고 있다며 “여성은 34인치(86㎝), 남성은 40인치(101.6㎝)가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급적 빨리 회신하라”는 요구를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운전면허청은 체질량지수(BMI)나 임신 여부 등 코로나19감염시 ‘위험 인자’를 측정해 점수를 매겼고, 이에 따라 재택근무 여부를 결정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허리 사이즈를 묻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운전면허청에서 언급한 기준치는 남성 40인치, 여성 34인치인데 이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태로 보는 수치와 유사하다.
결국 해당 치수 아래인 직원의 경우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서둘러 사무실로 복귀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운전면허청 직원은 “허리 사이즈를 물어보는 건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기 위한 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서비스 연합의 마크 서워트카는 “허리 사이즈를 묻는 이메일은 대단히 모욕적이며, 직원들을 강제로 일터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9~12월 영국 운전면허청에서 나온 코로나 확진자는 535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사망자도 있었다.
하지만 BBC에 따르면 이 기관에선 여전히 한 층에 직원 130여명이 밀집해 일하고 있다. 직원들도 사무실에 손 소독제, 물티슈 등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데다 소독 등 방역도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직원들을 출근시키려 한다는 비난도 곳곳에서 나온다.
‘허리 사이즈 메일’ 논란에 영국 교통부 고위관계자도 “이런 일이 정부 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