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자아이의 친모는 구속된 20대 여성이 아니라 아이의 외할머니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친모로 알려졌던 여성과 숨진 아이는 자매였던 셈이다.
11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아이의 친모가 김 모씨(22)가 아니라 김씨의 어머니인 석 모씨(48)라는 점이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은 DNA 검사에서 김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가 아니란 점을 확인했고, DNA 검사 범위를 석씨까지 확대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경찰은 석씨를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긴급 체포해 구속했다. 석씨는 앞서 숨진 아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연락한 최초 신고자였다.
이 같은 복잡한 혈연 관계는 이들 모녀가 비슷한 시기에 임신·출산을 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석씨가 여아를 출산한 뒤 이를 숨기기 위해 김씨가 출산한 아이와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를 바꿔치기해 자신이 낳은 딸을 손녀로 둔갑시킨 것이다. 김씨가 낳은 딸의 행방은 현재까지 묘연해 경찰은 이 아이의 행방을 찾고 있다.
경찰은 석씨가 경찰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석씨 외손녀의 행방과 숨진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김씨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왜 아이를 바꿔치기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DNA 검사를 통해 숨진 아이의 친부가 석씨의 남편은 아니라는 점만 확인됐다.
경찰은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석씨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숨기기 위해 친딸을 자신의 외손녀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석씨 내연남의 신병을 확보해 DNA 검사에 들어갔다.
다만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홀로 남겨 두고 이사를 간 이유에 대해 “전 남편의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바꿔치기한 것은 몰랐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숨진 아이가 김씨의 딸이 아니고 어머니의 딸이라는 점을 김씨에게 확인해줬지만 그는 이 사실을 믿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는 이날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는 딸을 낳은 적이 없고 제 딸이 낳은 게 맞는다”며 출산을 부인했다. “DNA 검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는 “네”라고 답했다.
앞서 경찰은 숨진 여아의 사망 원인을 부검을 통해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부검 결과에 대해 “여아의 사망 원인은 미상이고 뼈가 부러진 흔적은 없다”며 “아이가 숨진 뒤 6개월이 지나 부패가 심해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숨진 아이는 석씨가 사는 2층 빌라 바로 위층에서 6개월간 홀로 방치됐다. 석씨는 딸의 집 계약 만료로 집을 비워 달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딸의 집을 찾았다가 숨진 아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석씨는 경찰 조사에서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라고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다만 딸과는 인연을 끊은 사이였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김씨에게 살인과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아이가 숨진 뒤에도 구미시가 아이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 가정양육수당 등 120만원을 부당 수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석씨 외손녀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며 “자세한 수사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