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최대 연기금인 캐나다연금(CPP)의 수장이 이달 초 아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에 들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연금이 지난해 UAE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국민이 맡긴 돈으로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마크 매친(54) 캐나다연금 회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기 위해 UAE 현지 인맥을 활용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매친 CEO는 한 차례 백신을 맞은 뒤 계속 UAE에 머물며 2회분 접종을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가 나온 뒤 다음날 마크 매친은 사의를 표명했다.
캐나다인 약 2000만명의 퇴직금 등 3790억달러를 굴리는 캐나다연금은 해외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국민이 낸 자금으로 얻은 인맥을 통해 백신 접종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작년 3월 캐나다연금은 아부다비 상업은행 PJSC을 포함한 복수의 UAE 기업에 투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캐나다연금 측은 매친의 UAE 방문 이유에 대해 “지극히 사적인 일 때문”이라며 “그가 백신을 얻기 위해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백신 접종 속도가 다른 서방 국가에 비해 느리다는 점도 여론의 불만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WSJ는 “캐나다는 미국, 영국뿐 아니라 대부분 유럽 국가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낮다”며 “최소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캐나다 인구는 4%에 그치는데, 미국은 20%에 달한다”고 전했다.
캐나다 재무부 대변인은 “캐나다연금은 독립 기관이지만 매우 골치 아프게 됐다. 정부 국민들에게 현재 해외 여행을 다닐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