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생리불순 증상을 겪었다”는 여성이 잇따라 나와 두 여성 학자가 사례 수집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 교외도시 플레인필드에 사는 캐티 픽슨(43)은 자궁 내 피임시술(Mirena IUD)을 받은 이래 1년 반 이상 생리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지 수일 만에 갑자기 하혈 수준의 생리가 시작됐다.
픽슨은 “처음엔 백신의 영향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글들을 보고 백신 부작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유된 글은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 생물인류학과 캐서린 클랜시 교수와 워싱턴대학 의대(세인트루이스) 박사 후 과정 연구원 캐서린 리가 지난 7일 착수한 설문조사에서 비롯됐다.
두 여성 학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와 관련한 변화를 경험한 사례를 수집 중이다.
리 박사는 “지난 19일 기준 2만5천여 명이 설문조사에 응하는 등 여성 접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애초 500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수 시간 만에 이미 그 숫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두 학자는 각각 백신 접종을 마친 후 생리불순 증세를 겪고, 유사 사례들을 찾아 정리해보기로 했다.
클랜시 교수는 지난 2월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한 뒤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생리주기 변화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러자 수백 명의 여성이 답글로 각자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수년간 생리가 없었다. 그런데 백신 2차 접종을 한 이후부터 약 3주가 지나도록 과다 출혈이 계속되고 있다”며 “무서웠지만 이제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2차 접종 후 정확히 2주가 지났다. 생리가 예정일보다 12일이나 앞서 시작됐고 양도 크게 늘었다. 지난 3년간 생리불순 증세 같은 건 없었다”고 밝혔다.
클랜시 교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물론 아무런 이상 증세를 못 느꼈다는 사람도 많았고, 반대로 생리 주기가 늦춰지거나 생리 기간이 짧아졌다는 응답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리 교수는 “추이를 살펴보려는 연구다. 이 설문조사만으로 원인과 영향을 파악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연관성과 경향을 찾아 어떤 연구가 뒤따라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으며 생리불순 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접종을 피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스웨스턴 의대 부속병원 산부인과 라키 샤 박사는 “코로나19 백신과 생리 사이에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없다고 본다”며 일반적인 생리통과 백신 접종 후 느끼는 몸살 기운·통증 등이 합해져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추론했다.
또 노스웨스턴 의대 줄리 레빗 박사는 “하혈은 여러 이유로 발생한다”며 “코로나19 백신이 출혈 유발 호르몬 급증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일시적인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하혈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클랜시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수 주간 하혈이 계속되는 등 생리불순 증상이 우려할 수준이라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면서 특히 이미 폐경한 여성에게 하혈 증상이 나타났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