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 장 크레티앵 전 총리도 관여
일본이 원자력발전의 사용후 핵연료 처리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캐나다로 보내 땅속에 묻으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원전산업 관계자 등이 이 구상을 추진했고 캐나다 측에서 장 크레티앵 전 총리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해당 지역에서는 `논의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캐나다 공영 CBC방송을 인용해 일본 원전산업 관계자들과 크레티앵 전 총리 등이 캐나다 북동부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에 핵연료 폐기물 시설을 세우고 여기에 일본의 방사성 폐기물을 보내 매장하는 구상을 논의했다고 5일 보도했다.
CBC는 크레티앵 전 총리가 일본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그는 일본 측 관계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다른 나라의 핵 폐기물을 캐나다에 저장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방사성 폐기물 매립) 프로젝트의 진전을 돕겠다”고 밝혔다. 일본 원전산업 관계자들은 작년 4월 캐나다를 방문해 캐나다 관계자, 미국 전문가 등과 회의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됐다고 CBC는 전했다.
크레티앵 전 총리는 자신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내가 속한 법률사무소가 (이 구상을) 추진하는 그룹을 위해 법률 업무를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CBC에 “캐나다는 우라늄을 팔아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우라늄으로 문제에 직면한 나라들을 도와야 한다”며 핵 폐기물 시설 설립을 옹호했다. 일본 측 원전 관계자는 마이니치의 질의에 “이 구상을 알고 있는 캐나다 관계자가 일본 측에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안다”고 양측이 접촉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방사성 폐기물을 캐나다에 매립하려는 일본의 구상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퓨리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총리는 “지난해 크레티앵 전 총리로부터 이 같은 구상을 들었으나, 어떠한 공식적 논의도 없었고 정식 논의될 가능성도 제로”라고 일축했다.
이번 구상에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방사성 폐기물 등을 땅속 깊이 매립한다는 처리 방침을 세웠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대 등으로 처리장 건설 지역을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대해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6일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해외에서의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에서의 (핵폐기물) 처분이 국제 조약으로 규정돼 있다. 논의는 괜찮으나, 국가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