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져 사제직을 버린 이탈리아 한 신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이탈리아 안사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탈리아 중부 도시 페루자 인근 작은 마을 마사 마르타나의 한 성당에서 리카르도 체코벨리(42) 신부는 주일 미사가 끝난 뒤 신자들에게 한 여성과 사랑에 빠져 성직자 복을 벗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체코벨리 신부는 “이 사랑을 억누르거나 버리지 않고 지켜나가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일관되고 투명하고 올바르게 교회를 대할 수 없기에 스스로 성직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신앙으로 다져진 그의 마음엔 4년 전부터 알고 지낸 여성이 들어와 앉았다.
체코벨리 신부는 최근 며칠 사이 너무 많이 울어 염증이 생긴 왼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인터뷰를 하러 나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는 놀랍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성직을 떠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날 일요일 내 결심이 공개된 뒤에는 자유로움과 정직, 명료함 등의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집전한 마지막 미사에는 관할 교구 주교인 구알티에로 시지스몬디 몬시뇰도 함께했다.
체코벨리 신부가 아버지처럼 따랐다는 시지스몬디 몬시뇰은 속세로 돌아가는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애정의 뜻을 표했다.
시지스몬디 몬시뇰은 “리카르도 신부가 지금까지 해온 봉사에 감사를 표한다”며 “무엇보다 완전한 자유 의지에 따른 이 선택이 그에게 평온과 평화를 주기를 간곡하게 기원한다”고 말했다.
체코벨리 신부는 인구 3700명 규모의 이 마을에서 지난 6년간 사제로 봉직해왔다. 관할 교구는 체코벨리 신부의 사제 직무를 정지하고 면직(免職) 절차를 시작했다. 교구는 또 당사자를 대신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제독신 의무의 해제를 청하는 청원서를 올렸다.
교회법에 따르면 성직자가 합법적인 제명 처분을 받거나 스스로 그 신분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독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이를 위해선 반드시 교황의 관면(寬免)을 받아야 한다.
한편 개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2월 독신 남성에게만 사제품을 주는 사제독신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 각국 주교들은 ‘중남미 아마존 등 사제가 부족한 오지에 한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 서품을 주자’는 방안을 통과되면서 교황 또한 이를 수용할 분위기였지만 결국 기혼 사제를 불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