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부동산 과열에 칼을 뽑아 들었다. 중앙은행이 주택 구매자들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비율이 과하다고 경고하자 곧바로 모기지 기준을 강화했다.
캐나다 부동산 시장은 밴쿠버 등 태평양 연안 도시들을 중심으로 10여년 전부터 활황세를 보였고, 그 흐름이 동부 연안 도시로도 확대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곳곳에 돈이 넘치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말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정부는 20일 밤 사실상의 모기지 금리 인상 조처를 단행했다.
캐나다 주택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지급을 보장하는 모기지 금리를 올린 것이다. 이 금리가 올라가면 모기지 은행들은 대출자가 부도를 낼 경우에 보상을 받기 위해 이 금리만큼 최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최저 모기지 금리가 올라간 셈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캐나다 은행 감독당국이 비보험 모기지에 대해 같은 조처를 단행한 바 있다.
캐나다 금융기관감독청(OSFI)은 다음달 1일부터 캐나다 정부로부터 지급이 보장되는 모기지 금리가 오른다고 밝혔다.
20일 오전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 티프 매클럼 총재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강력히 경고하고 난 뒤 정부의 대응이 나왔다.
매클럼 총재는 지금의 사상최저 금리가 언제까지가 지속될 것이라거나 최근의 급속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재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집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면서 “캐나다의 주택소유가 캐나다 시민들의 능력 범위 안에 계속해서 자리잡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중앙은행이 끌고, 재무부가 미는 부동산 과열 억제 정책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정책 담당자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의 우려를 부르고 있다.
낮은 모기지와 재택근무 흐름 덕에 주택 수요가 폭발하면서 더 넓은 집을 찾는 이들이 캐나다 곳곳의 집값을 끌어올려놨다.
캐나다인들도 치솟는 집값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나노스 리서치그룹의 여론조사에서도 설문에 답한 캐나다인들의 거의 절반이 BOC가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칼만 빼들었을 뿐 아직 갈 길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전환이라기보다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데 그쳤다는 비판도 있다.
금리는 제법 올랐다.
기준 강화로 캐나다 6대 은행에서 모기지를 얻으려는 이들은 자신의 소득이 5.25% 이상의 모기지 금리를 감당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전에는 4.79%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사실상의 모기지 금리인상으로 캐나다 가계의 구매력이 5% 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당장 주택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는 안 보인다.
캐나다 임페리얼상업은행 부 수석이코노미스트 벤저민 탈은 “이는 어떻게 봐도 게임체인저는 아니다”라며 시장에서는 “이미 이를 충분히 예상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처가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오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가 추가 대응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인다.
매클럼 BOC 총재는 캐나다 경제가 아직 팬데믹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경제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는 0.25%인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다음달 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상은 없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한 묘책이 없다는 점 때문에 캐나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