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사법 역사상 첫 비(非)백인 대법관이 탄생할 전망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7일 로잘리 아벨라 대법관의 오는 7월 은퇴로 생기게 되는 공석에 마흐무드 자말 온타리오 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성명에서 “탁월한 법률 및 학문적 경험과 타인에 봉사하는 헌신성을 갖춘 자말 판사가 캐나다 최고 법원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자말 지명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다. 1967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인도계 이민 가정에 태어난 자말 지명자는 두 살 때인 1969년 영국으로 이주했고, 1981년에는 다시 캐나다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자말 지명자는 “나는 학교에서 (성공회) 기독교인으로 자라며 주기도문을 읽었고, 집에서는 이슬람교도로서 쿠란의 아랍어 기도문을 외웠다”고 회상하기도 했다고 캐나다 CBC뉴스는 전했다. 자말 지명자는 이란의 바하이교 박해를 피해 캐나다로 이주한 부인과 결혼한 후에는 바하이교로 개종하기도 했다고 CBC는 덧붙였다.
자말 지명자는 2019년 온타리오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으며 맥길대에서 헌법을, 요크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행정법을 강의한 경력도 있다. 하원사법위원회와 상원 법무위원회는 조만간 자말 지명자 인준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캐나디언프레스는 보도했다.
자말 대법관 발탁은 트뤼도 총리가 인종 차별 문제에서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사람들이 매일 체계적인 차별, 무의식적 편견, 반(反)흑인 인종 차별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자말 지명자 역시 “어렸을 때 내 이름, 종교, 피부색 때문에 놀림과 괴롭힘을 당했다”며 “그로 인해 이민자, 종교적 소수자, 인종 차별을 당한 이들의 고통과 갈망을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캐나다의 최근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22% 이상은 소수민족 이민자로 이뤄져 있다. 원주민의 비율도 5%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비백인 계열인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이미 54년 전인 1967년 유색인종 대법관을 최초로 배출했다.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서굿 마셜 당시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대법관으로 지명했고, 마셜 대법관은 이후 24년 동안 대법관직을 수행하고 1991년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