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후 미국의 인도주의적 정책에 따라 ‘임시보호 신분(Temporary Protected Status·TPS)’을 받고 체류해도 영주권 신청 자격이 없다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불법 입국자라도 합법적인 영주권 신청자격을 주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지난 3월 연방하원의회에서 채택한 관련 법안 추진도 불투명해졌다. 연방하원의회는 추방유예(DACA) 수혜자 및 TPS 프로그램 수혜자에게 영주권을 허용하는 법안을 채택하고 상원으로 회부했으나, 이번 판결로 해당 법안이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7일 연방 대법원은 1990년대 미국에 불법 입국했다가 2001년 임시 체류 신분을 받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호세 산체스와 소니아곤잘레스의 영주권 기각 철회 소송에 대해 “미국에 불법 입국해 TPS 신분을 받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민자들은 영주권 신청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들은 2014년 신청한 영주권이 기각되자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엘레나 케이건 연방 대법관은 이날 판결문에 “연방 이민법은 불법으로 입국해 임시보호 신분을 가진 사람이 영구히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영주권 카드’를 받게 하는 걸 금지한다”며 “TPS 프로그램은 외국인들에게 비이민자 지위를 부여하지만, 입국을 허용하는 건 아니다. TPS를 받았다고 해서 불법 입국자가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합법 자격은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케이건 연방 대법관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해 TPS 신분을 취득했거나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체류 중인 이민자의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해 이들의 구제 가능성은 남겨놨다.
이민서비스국(USCIS)에 따르면 12월 말 현재 미국에서 TPS 신분을 취득해 노동허가증을 받고 합법적으로 취업하며 사는 이민자는 약 40만 명에 달한다. 또 불법 이민자의 60%가 미국에서 최소 10년 이상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