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품 딜러들이 배럴당 100달러 유가 시대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톨, 글렌코어, 트라피구라, 골드만삭스 등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간) 100달러 유가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들 상품딜러들은 투자 위축으로 새 유전을 통한 석유 공급이 감소하는 반면 전세계 석유 수요는 그린 에너지로 전환하기에 앞서 증가할 것이어서 이 기간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이런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100달러 유가 시대가 온다는 것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가능성이라고 못박았다.
국제유가는 전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들썩이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번주 들어 2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 배럴당 73달러를 넘어섰다.
배럴당 100달러 유가가 현실화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박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구리를 비롯해 많은 원자재 가격이 사상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석유는 그동안 다른 원자재에 비해 수요 회복세가 더뎠다. 10년은 지나야 수요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분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수주일에 걸쳐 이같은 전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수년 안에 석유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에따라 가격 역시 급등할 것이란 예상들이 힘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독립 석유딜러 가운데 한 곳인 트라피구라의 제러미 위어 회장은 이날 FT 상품글로벌서밋에서 석유부문 투자 위축을 우려했다. 아직 세계가 청정에너지로 도약하지 못하고, 자동차도 완전한 전기차 시대로 들어서지 못한 상황에서 석유개발 투자가 갑자기 줄어 공급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어는 100달러 유가는 현실적인 전망이라면서 “채굴가능한 석유 부존량이 15년치에서 10년치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석유부문 자본지출은 5년전 연간 4000억달러에서 지금은 연간 1000억달러에 그치고 있어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글렌코어의 석유거래 책임자인 알렉스 사나도 100달러 유가가 지극히 현실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사나는 석유수요를 줄이지 않으면서 공급만 줄이면 수급불균형이 불가피해진다면서 “한 두가지 사건만 있으면 유가 급등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가는 미국의 셰일석유혁명이 일어났던 2014년 이후로는 한 번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2000년 초반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2000년 10달러 근처에서 출발한 유가는 중국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2008년 100달러를 넘었다. 이후 6년간 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오갔다.
세계 최대 독립 석유딜러인 비톨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도 100달러 유가 시대가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다만 하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CE)와 러시아 등이 팬데믹으로 인해 석유 공급을 줄이는 상태로 이들이 생산여력이 있어 유가 급등세는 통제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 풀리지 않는 생산여력 규모는 하루 500만배럴 규모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상품 가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등하는 이른바 ‘슈퍼사이클’ 전망을 들고 나왔던 골드만삭스는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어 새로운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골드만의 제프 커리는 각국이 소득불균형을 완화할 목적으로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이 결국에는 석유수요를 큰 폭으로 끌어올린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커리는 “그린에너지 자본지출이 2조달러 증가할 때마다 석유수요는 하루 20만배럴씩 늘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