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에 한국도 본격 뛰어든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와 소듐냉각고속로(SFR)를 이용한 SMR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기로 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라는 벽에 좌절했던 국내 원전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열린 셈이다.
SMR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SFR은 빌 게이츠가 ‘꿈의 원자로’라고 극찬한 기술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번 MOU를 통해 캐나다 앨버타주에 2030년까지 100㎿급 4세대 원자로인 SFR용 SMR을 건설할 계획이다. SFR용 SMR 건설비용은 기당 용량에 따라 1조~2조원 정도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우리측 기관들은 이미 모든 절차를 마쳤으며, 현재 캐나다 엘버타 주정부 사인만이 남았다”고 전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SFR 프로젝트에서 일괄수주,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를 노리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는 국내 SFR 기술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부터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년 넘게 SFR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빌 게이츠도 원자력연구원의 기술을 높게 평가하고 2013년 공동개발을 추진하려 했었지만 양자 간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현재 캐나다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화력발전소 대신 원전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장려하고 있어 각 주정부는 기존 원전보다 안전한 SMR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GE, 영국의 롤스로이스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기업과 기관들이 들어와 있다. 사실상 차세대 원자로 개발 각축장으로 급부상한 캐나다에 우리나라도 뛰어든 것이다.
원자력업계는 SMR 시장이 오는 2030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영국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시장 규모가 390조~62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원전 선진국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기업도 비경수로형 SMR 설계 인허가를 받은 곳이 없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도 SFR을 이용한 SMR을 짓겠다고 선언하며 지금까지 5억달러 이상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미국 뉴스케일파워만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경수로형 SMR의 표준설계 인허가를 받았을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먼저 SMR을 허가받아 완공하느냐에 따라 차세대 SMR 시장 패권을 거머쥐게 될 전망”이라며 “캐나다는 미국, 프랑스와 함께 전통적 원전 선진국인 만큼 양국이 힘을 합치면 SMR 선점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