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삼남매가 상봉했다. 큰 오빠 정형곤씨(76)는 현장에서, 작은 오빠 정형식씨(68)는 캐나다 알버타주에서 화상통화로 막내 동생 진명숙씨(66)를 맞았다. 1959년 여름 시장에서 명숙씨를 잃어버린 지 62년 만의 상봉이다.
5일 오전 11시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 들어선 명숙씨는 “이 분이 큰 오빠 형곤씨에요”라는 경찰의 안내에 눈물을 터뜨렸다. 명숙씨는 1959년 여름 인천 중구 배다리시장 인근에서 작은 오빠 형식씨와 함께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다 홀로 길을 잃었다. 명숙씨는 인천 미추홀구 한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실종 당시 다섯 살배기였던 명숙씨는 자신의 성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명숙’이라는 이름만 기억한 채 충청남도에 살고 있는 한 수녀에게 입양됐다. 수녀가 있는 성당 신부의 성이 ‘진’이었다. 그래서 명숙씨는 지난 60여년을 진씨로 살아왔다.
성인이 된 명숙씨는 가족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가족의 이름이나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몰라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실종 가족을 찾는 방송에도 출연했지만 제작진은 “이름을 모르면 가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명숙씨는 “제발 얼굴이라도 제발 많이 비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다 2019년 11월, 경찰에 유전자 등록을 했다.
지난 3월부터 명숙씨를 면담해 실종 개요를 추적한 경찰청 실종자가족지원센터는 동생을 찾아달라고 신고한 작은 오빠 형식씨 사례를 발견했다. 형식씨와 명숙씨의 유전자를 ‘1 대 1’로 대조하려면 캐나다에 살고 있는 형식씨의 유전자를 채취해야 했다. 경찰은 밴쿠버 총영사관을 통해 형식씨의 유전자를 확보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둘은 친남매로 확인됐다.
이 소식을 들은 명숙씨는 성당에 찾아갔다. 신부님께 “제 성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그날은 기쁜 마음에 종일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오빠들을 만난 명숙씨는 보육원에서 지낸 얘기, 초등학교에 다닌 얘기, 결혼해 아이들을 키운 얘기,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른 얘기 등을 늘어놓았다. 큰 오빠 형곤씨는 얘기마다 “고맙다”고 거듭 추임새를 넣었다.
명숙씨는 가족과 가장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동안 힘들게 살아와서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작은 오빠 형식씨는 “동생을 찾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등록 덕분에 동생을 찾을 수 있었다”며 “다른 실종자 가족들께 이 소식이 희망이 되길 바라며 끝까지 애써주신 경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