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옛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가 대거 발견된 사건과 관련, 일부 시위대의 분노가 영국 여왕에게까지 향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 ‘원주민 인종청소 규탄 시위대’가 지난 1일(현지 시각) 주의회 앞에 설치된 현 엘리자베스 2세(95) 영국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1901년 서거) 동상을 쓰러뜨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지난 1일은 캐나다 독립기념일이지만, 원주민 어린이 시신 발굴 사태로 기념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됐다.
시위대는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발로 차고 주변에서 춤을 췄으며, 붉은 페인트로 동상에 손자국을 냈다. 빅토리아 여왕은 1867년 캐나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원주민들과 협상을 했으며, 그의 재위 기간에 원주민 어린이 학교들이 캐나다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동상엔 백인 우월주의 단체를 뜻하는 ‘KKK’를 적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연방인 캐나다의 공식 수반이다. 영국 여왕이 캐나다 국가 수반을 맡는 것은 식민지배 잔재이며, 백인 중심 역사의 상징이라는 게 시위대의 주장이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옛 원주민 기숙학교의 비극엔 유감이다. 그러나 여왕의 동상을 훼손한 점은 명백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선 19세기부터 100여년간 가톨릭 교회가 원주민 어린이 15만명을 대상으로 백인 동화 정책을 펼치기 위해 전국에 기숙학교를 세워 감금하다시피 하며 학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지난달 암매장 당한 어린이 시신·유해가 1000구 넘게 발굴돼 충격을 안겼다. 원주민 대표단은 카톨릭 교회의 최고 책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과를 요구했다. 교황은 올 12월 이들과 면담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