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 “에어캐나다 사장 불어 배워라” 질타

에어프랑스도 아니고 에어캐나다의 최고경영자가 캐나다 정부로부터 프랑스어를 열심히 배우라는 경고를 받았다.

CBC 방송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부총리가 에어캐나다 이사회에 8일 보낸 서한에서 마이클 루소 최고경영자의 프랑스어 실력 논란에 대해 언어 다양성 약속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프릴랜드 부총리는 민영화 뒤로도 정부가 에어캐나다 지분 6%를 가졌음을 상기시키면서 “루소의 프랑스어 소통 능력의 상당한 향상이 업무 능력 목표로 설정돼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어 구사력을 최고경영자 실적 평가에 반영하라는 요구다.캐나다 최대 항공사 대표가 부총리한테 훈계를 듣는 상황은 지난 3일 코로나19 이후 사업 전망에 관한 몬트리올 상공회의소 초청강연에서 비롯됐다.

몬트리올은 퀘벡주 최대 도시로 에어캐나다 본사가 있는 곳이다. 2월에 최고경영자에 오르고 처음으로 대규모 행사 연단에 선 루소는 26분짜리 강연을 대부분 영어로 하고 서툰 프랑스어를 20초가량만 썼다.

연설 직후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퀘벡주 현지의 텔레비전 기자가 “어떻게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를 쓰지 않고 오랫동안 살 수 있었냐”고 프랑스어로 물었다.

루소는 멈칫한 뒤 “영어로 다시 질문해달라. 내가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는지 알아야겠다”고 했다. 기자는 에어캐나다 언론 담당자한테 묻는 게 낫겠다고 했고, 언론 담당자는 연설에 그런 설명이 들어 있다고 대응했다.

이에 기자는 루소에게 영어로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루소는 “난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를 쓰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그게(하나의 언어에만 집착하지 않는 게) 몬트리얼시의 신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왜 프랑스어를 못 배웠냐니까 “내 업무 일정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이런 답변에 퀘벡주가 들끓었다.

퀘벡주 법무장관은 “에어캐나다 사장이 퀘벡에서 우리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모욕을 가했다”고 했다. 퀘벡주 정당 등은 사임까지 요구했다.

캐나다 동부의 퀘벡주는 원래 프랑스 식민지였으나 18세기에 7년전쟁 결과로 영국 식민지에 통합된 지역으로 프랑스어가 주류 언어이자 공용어다.

그동안 두 차례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실시됐으나 부결되기도 했다.불똥은 중앙정부로까지 튀었다. 루소가 캐나다 공용어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에어캐나다는 캐나다인들에게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것은 2개 공용어로 제공돼야 하고, 에어캐나다 간부들은 모범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가계에 프랑스계 혈통이 섞여 있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CAC 방송은 2007년부터 에어캐나다 간부로 몬트리올에서 산 루소가 어머니와 아내는 프랑스어를 하는데도 자기만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을 ‘에어캐나다 최악의 피아르(PR) 사고’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루소는 프랑스어를 알아듣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데 말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그는 논란의 연설 이튿날 “무례를 범하려던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내 말에 불쾌함을 느낀 이들에게 사과한다”며 “캐나다의 공용어이자 퀘벡에서 쓰는 프랑스어 실력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어캐나다 본사가 있는 퀘벡 지역에서 언제 다시 외부 행사 연단에 설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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