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 미디어에선 한국 문화 관련 소식들이 쏟아진다. 한국 관련 전문가들의 캐나다 미디어 투고가 부쩍 늘고, 한국에서 소식을 직접 전하는 캐나다 미디어의 한국 특파원, 캐나다에서 한국 관련 연구를 하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투고하는 기사는 점차 늘고 있다.
캐나다 소재 언론사에서 종사하는 한국인들과 이들이 작성하는 기사 역시 증가했다. 한류를 비롯한 한국문화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기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류는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이민자 사회에 정체성을 되찾아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고한나 한국국제문화원교류진흥원 캐나다 토론토 통신원이 캐나다 매체들이 다룬 한국 관련 소식들이 흥미롭다.
우선 캐나다 CBC에 실린 한국계 기자 프리실라 황이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지낸 자전적 기사이다. 프리실라 황은 기사에서 30년 넘게 캐나다에 사는 동안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황기선 이란 한국식 이름을 감추고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기선’이라는 발음을 어려워했던 일, 도시락으로 김밥을 가져갔을 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한 기억, 피부색이나 음식, 문화, 습관, 모국어 때문에 생기는 미세한 차별 경험은 ‘아시아적’인 자신의 이름을 숨기는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황 기자는 “‘기선’으로 불리는 이름은 다른 캐나다인들과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고 생각했다”며 “반면 프리실라라 불리는 이름은 조금 더 캐나다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고 통신원은 이에 대해 “한국인들은 한류라는 문화적 부흥 속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가 예전에 비해 훨씬 쉽고 자유로워졌다”며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들이 왜 한국 이름을 숨기고 싶었는지, 왜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자랑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왜 캐나다 표준에 맞춰야 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를 잘 분석한 학자의 글도 캐나다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소개됐다. 유현정 칼튼대 언어학과 교수는 캐나다 내 다양한 한류현상을 분석하면서 “예전에는 백인 중심주의적이던 캐나다 미디어에서 한국 영화, 가수, 드라마 등의 새로운 등장은 아시아인에 대한 대표성 자체를 허물고 해체하는 결과를 보인다”고 썼다.
유 교수는 이어 “이방인으로 인식되는 아시아계 캐나다인들은 BTS를 비롯한 배우 윤여정과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넷플릭스의 탄탄한 한국 드라마 등이 서구 미디어에서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정체성을 찾고 동질감을 느끼며 캐나다 사회의 일원이 됨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고 통신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특히 한류가 더욱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 한인들의 이민 역사가 이제 50년이 넘었고, 캐나다 한인 2세와 3세의 활약이 예술과 교육, 정치,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들이 캐나다 안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캐나다에서 한류는 더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과 네트워크, 시스템이 준비돼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캐나다 언론과 미디어, 커뮤니티에서 ‘한국의 문화적 힘’의 우위에 대한 담론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가능성 위에 한국이 좀 더 멀리 오래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위해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면 한류가 더 지역마다 뿌리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