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유럽 전역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급난에 직면한 가운데, 캐나다가 에너지 대란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원유 증산을 선언했다고 AF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너선 윌킨슨 캐나다 자원부장관은 이날 유럽의 에너지 가격 폭등과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을 위해 원유 수출량을 5%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4번째 원유 생산국인 캐나다는 올해 말까지 하루에 30만 배럴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윌킨슨 장관은 성명에서 “유럽의 동맹과 협력국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부족 때문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캐나다는 이들 국가를 도울 수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캐나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15% 줄어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각국에 에너지 소비량 절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는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노후화된 유전을 개발·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선진기술 유입이 차단돼 원유 생산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사회의 제재 후 서방의 에너지 회사들은 러시아에서 사업을 잇따라 중단하고, 은행들과 트레이더 역시 러시아산 원유의 매매를 꺼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로써 러시아 에너지 산업이 후퇴하고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러시아 세입 예산의 40%가량이 에너지 업계에서 나온다는 점을 근거로 내년까지 에너지 업계 종사자 150만명 가량이 실직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곤경에 빠진 러시아 경제가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컨설팅 회사 아페리오 인텔리전스의 게오르기 볼로신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배럴당 85달러)이 북해산 브렌트유(배럴당 115달러)에 비해 26% 낮은 것은 그만큼 우랄산 원유 인수자가 적다는 의미”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원유 금수 제재가 없어도 러시아 내 원유 저장고가 국내산 원유로 가득 차서 원유를 보관할 데가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