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캐나다 의회에서 화상으로 한 연설에서 서방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자국 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기념관, 학교, 병원, 주택까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미 97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승리하고 (스스로를)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걸 도울 수 있는 실질적 지원과 정의”라고 강조했다.
그의 열정적 발언에 캐나다 의회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폭격을 멈추기 위해 자국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달라고 재차 요청하면서 “여러분이 그렇게 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크루즈 미사일이 우리 도시에 떨어져야만 하느냐”고 말했다.
캐나다를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앞선 제안을 거부한 상황이다.
이날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만약 러시아가 캐나다 밴쿠버를 포위하고 오타와 공항을 폭격하거나 토론토 CN 타워를 겨냥해 공격한다면 캐나다인들은 어떻게 반응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분 모두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걸 안다. 하지만, 난 우리가 매일 어떻게 느끼는지를 당신들이 느끼고 이해했으면 좋겠다”면서 “많은 가족이 목숨을 잃었고, 매일 밤이 끔찍한 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중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자녀들에게 이번 전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물으면서 “당신과 자녀들이 매일 아침 오전 4시부터 폭발 소리를 듣는 걸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는 마리우폴 등 도시 주민들은 전기와 난방이 끊긴 채 식료품 부족에 시달리며 방공호에 갇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의 대러 제재 동참 결정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장비 및 인도적 지원 제공에 감사를 표했지만 “불행히도 이것으론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를 멈추고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선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